"트럼프 관계개선 주장은 '환상'…이면에 오해·오판 위험"
"끔찍한 결과 피하려면 국제사회, 특히 미국 노력 필요" 촉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영국의 대표적 진보 언론매체가 최근 북미 대치정국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북한의 오판 때문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북한에 관한 가디언의 시각: 고개 드는 핵위기' 제하의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전략이 근본적 문제 해결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화염과 분노'와 같은 군사옵션 위협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다가 '사랑에 빠졌다'며 극과 극으로 전환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전략에 결실이 없다고 혹평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반대하지 않을 것(한반도의 다자간 비핵화)과 북한이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일방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에 차이가 없는 것처럼 꾸며 진전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것은 해법이 아니라 '진전처럼 보이는 환상'이라고 깎아내렸다.
가디언은 이런 면에서 볼 때 최근 북미 간에 쏟아진 발표와 위협을 '예측할 수 있는 일련의 행태 중 하나'로 보거나 '전에도 겪은 비슷한 상황'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착오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북한이 긴박한 위기감을 조성하는 방법으로 다른 대통령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지으려고 할 것이며 미국 정부가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예측의 근거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거리 미사일 시험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거창한 언변에 부합하는 행동에 나설 의욕을 다른 곳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제시됐다.
가디언은 북한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애정' 때문에 중국마저도 북한을 업신여기다가 포용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막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무시한다는 점까지 따로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런 상황을 두고 "북한이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그처럼 함부로 대하는 게 거의 놀랍지 않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북한의 인식 속에서 핵 위기가 끓어오르고 있다고 관측했다.
가디언은 "북한은 미국에 양보를 종용하되 분쟁으로 악화할 정도로 도발하기는 원치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오해와 오판의 위험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위협을 낮출 수 있고 결국 미국이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비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를 재고할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시각을 넓히면 중거리핵전력협정(INF) 종료,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만료 임박,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파기, 미국의 핵기술 사우디아라비아 이전 등도 핵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가디언은 우려했다.
신문은 "북한과 미국의 휴전이 끔찍하게 종결될 수도 있다"며 "그러한 결과를 막으려면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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