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과 16조원 배상액 합의했지만 주정부·파산법원 승인 남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형 산불에 따른 전력·가스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의 총 부담액이 250억 달러(약 29조8천억원)를 넘어섰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서부 최대 전력업체인 PG&E는 지난해 86명의 목숨을 앗아간 캘리포니아 사상 최악의 산불인 '캠프파이어'를 비롯해 최근 수년 새 발생한 10건 이상의 산불에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온건조한 날씨에 불어닥친 강풍으로 나무가 쓰러지면서 이 회사의 송전선을 덮쳤고, 이렇게 끊어진 송전선에서 발생한 불꽃이 산불로 번진 것이다.
PG&E는 이에 따라 6일 산불 희생자들의 인명·재산상 피해를 배상하는 데 135억 달러(약 16조6천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PG&E는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번 135억 달러짜리 합의와 관련해 4분기에 49억 달러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새 합의액에 따라 이 회사가 산불과 관련해 부담해야 할 전체 금액은 250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난다.
PG&E는 당초 산불 피해자들과의 합의액으로 84억 달러를 제시했으나 합의 과정에서 금액이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번 합의와 별도로 PG&E는 2017년·2018년 산불과 관련해 보험회사와 다른 대위변제 기관들에 110억 달러(약 13조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고, 캘리포니아의 도시·카운티들에도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피해자들과의 합의로 PG&E는 재정적 압박이 더 커지게 됐지만 파산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중대한 걸림돌 하나를 없애게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PG&E는 산불에 대한 거액의 배상 책임으로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 올해 1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바 있다.
다만 합의가 실제 효력을 발휘하려면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PG&E의 이사회에 주(州)가 선임한 공공이사들을 앉히도록 하는 등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또 PG&E가 일정한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때 이들 공공이사가 더 많은 권한을 갖도록 하는 지배구조 변화도 요구하는 중이다.
PG&E는 또 올해 초 설립된 '캘리포니아 산불 펀드'에 참여하려면 내년 6월 말까지 파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캘리포니아 산불 펀드는 PG&E의 전력설비가 앞으로 산불을 유발할 경우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처리하도록 돕기 위해 조성됐다. 그러나 이 펀드의 지원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파산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PG&E는 또 미 샌프란시스코 파산법원으로부터 합의안에 대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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