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거리미사일엔 괜찮다던 美, 추가도발 가능성에 국제공조 통한 압박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북한이 미국에 사실상의 양보를 촉구하며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응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북미 협상 국면에서 안보리 차원에서의 대응을 자제해왔던 미국이 직접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국이 북한의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와 향후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안보리 회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회의가 11일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연합뉴스의 관련 질의에 "국무부는 주유엔 미국 대표부에 이번 주 북한에 관한 유엔 안보리 논의 사항에 한반도의 최근 진행 상황에 대해 포괄적으로 업데이트된 내용을 포함할 것을 제안하도록 지시하고 있다"면서 '최근 진행 상황'과 관련, "최근의 미사일 발사들과 북한의 도발 확대 가능성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유엔 소식통에 따르면 안보리 회의는 현지시간으로 11일 오후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현 주유엔 대사도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된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안보리에서도 북한에 대한 자극을 자제해왔다.
올해 들어 북한이 잇따라 단거리 미사일이나 발사체를 시험 발사했을 때도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규탄 목소리를 냈지만, 미국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었다.
미국의 안보리 소집 요구는 최근 북한의 새로운 차원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국제 공조를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깰 도발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와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이중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를 공개회의로 진행하기로 알려진 것도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더 강력히 발신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대북 경고성을 담은 안보리 소집을 요구한 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미국 주도로 안보리가 지난 2017년 12월 22일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한지 거의 2년 만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9월 27일 '비확산·북한'을 주제로 안보리에서 장관급 회의를 주재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대북 경고보다는 대북협상 진행 상황 점검과 기존 대북제재 이행에 방점이 맞춰졌었다.
당초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이 10일 개최를 추진해왔던 북한 인권 논의 안보리 회의는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입장에 따라 북한 인권논의 안보리 회의 개최 여부가 달려있었는데 미국이 북한 인권 토의 보다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논의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인권 토론으로 북한을 자극하기보다는 미국이 북한 도발 가능성을 더 엄중히 보고, 북한에 도발하지 말라는 국제사회의 경고 메시지 발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안보리에서의 북한 인권문제 논의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면서 이는 북한과의 외교적 틈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희망이 깔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의 소집은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향후 안보리의 추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포괄적 의미도 담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에 동참할 경우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의 선제적 조치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번 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6일 안보리 운영계획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모두가 13차례 미사일 공격,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다소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안보리 이사국의 유엔 주재 대사들과 오찬을 했고,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도전과제들을 다뤄가기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고 백악관이 설명했다.
최근 북미간 메시지가 거칠어지고, 북한이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히면서 긴장 고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면서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에 대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신형 엔진 실험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북한이 이를 바탕으로 ICBM 시험 발사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위성 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8일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면서 북한에 대한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은 9일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 대해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반박하면서 연말 협상 시한이 지나면 '새로운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