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정상회담…"연말까지 정전하는 데 전념" 합의(종합)

입력 2019-12-10 10:32   수정 2019-12-10 10:33

러시아·우크라 정상회담…"연말까지 정전하는 데 전념" 합의(종합)
분쟁 후 첫 대면…신뢰형성 평가 속 핵심쟁점 논의는 답보
독일·프랑스와 4자 회담도…4개월내 다시 만나 논의 지속하기로



(모스크바·파리·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김용래 특파원 현윤경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 종식을 위해 올해 말까지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휴전 절차를 이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분쟁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독일·프랑스 정상과 함께 9일(현시시간) 파리에서 머리를 맞댔다.
분쟁의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이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함으로써 분쟁 해소와 신뢰 형성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 정상은 이날 프랑스 대통령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4자회담에 이어 양자회담도 열었다.
회담 후 채택된 공동 성명에는 "2019년 말까지 양측은 휴전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이행함으로써 뒷받침되는 완전하고 포괄적인 정전을 이루기 위해 전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은 특히 연말까지 분쟁 지역에서 붙잡힌 양측 모든 포로들의 교환과 우크라이나 동부의 3개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를 지원한다는 데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프랑스와 독일이 중재한 이번 회담에서는 2014년 이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돈바스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무력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지난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정상 간 합의로 채택된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 방안인 '민스크 협정'의 실질적 이행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이번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은 지난 2016년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마련된 것이다.
2014년 6월 6일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회동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뒤 러시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의 4자 정상회담은 '노르망디 형식 회담'으로 불린다.
4개국 정상은 2016년 10월 독일 베를린 회담에서 민스크 협정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 것을 외무장관들에 위임했지만, 이후 이 과제는 관련국들의 입장 차이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다가 이번에 대화가 다시 마련됐다.

문제의 돈바스 지역에선 정부군과 반군 간의 크고 작은 교전과 뒤이은 휴전이 이어져 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지난 2014년 3월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된 뒤 분리·독립을 선언하고 각각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했다.
두 공화국의 분리주의 반군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무장독립 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며, 정부군과 반군 간 무력 충돌로 지금까지 1만3천 명 이상이 숨지고, 100만명가량이 피난한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장악으로 러시아 국내의 우파정서를 자극해 인기가 올랐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여러 제재에 직면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2015년 2월 교전 중단과 평화 정착 방안에 합의하고 '민스크 협정'을 체결했으나 이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파리 노르망디 정상회담은 이 같은 교착 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5월 취임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적극적 제안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재 의지가 더해지면서 전격 성사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쟁 해소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푸틴은 젤렌스키의 대통령 당선 이후 그를 "호감 있고 진실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등 호감을 표하면서 양측이 평화적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여왔다.
이날 회담에서는 특히 4자 정상회담 이후 푸틴과 젤렌스키가 10~15분가량 따로 만나 단독 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갈등 해소를 위해 대면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두 리더가 대화 테이블에 앉은 것만으로도 신뢰 형성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만찬장으로 가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이번 회동은 갈등의 단계적 축소를 향한 "중요한 걸음"이라고 평가하며, "좋은 회담이었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분쟁 종식이 궁극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 해제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사이에 새로운 포로 교환을 하기로 했다고 푸틴 대통령과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양측은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돈바스 지역의 자치 부여를 위한 지방 선거 일정 등 민스크 협정의 핵심 내용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지방 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먼저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지역 국경통제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일단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에서 지방선거를 실시해 이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담을 중재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지방 선거 일정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4개월 안으로 새로운 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이견 해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회담으로 2015년 민스크 협정의 부활을 위한 계기가 마련돼다며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오늘 회담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이번 회담을 앞두고 지난 8일 우크라이나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해 어떤 양보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양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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