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박해 피해 온 이민자에게 시민권 부여…이슬람교도는 제외
파키스탄 총리·美 종교자유위 등 국제사회도 인도 비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정부가 '반무슬림법'이라고 비판받는 시민권법 개정안 도입을 강행하자 야당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NDTV 등 인도 매체와 외신은 인도 연방하원이 10일 새벽(현지시간) 종교 박해를 피해 인도에 온 소수 집단에게 시민권을 주는 내용의 시민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개정안은 인도의 이웃 나라인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3개 나라 출신 불법 이민자로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등을 믿는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개정안이 하원에서 통과돼 기쁘다며 "이는 수백 년간 이어진 인도의 인도주의적 가치에 대한 신념 및 융화 정신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이제 상원을 통과하면 법적 효력을 얻게 된다.
다만, 상원은 하원과 달리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통과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다.
이런 모디 정부의 움직임과 관련해 야당은 물론 무슬림, 동북부 국경지대 주민 등 소수집단은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방글라데시 등은 이슬람 국가이며 현지 이슬람교도는 소수 집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개정안 대상에 무슬림 이민자가 빠졌기 때문이다.
인도국민회의(INC) 등 야당은 이 개정안이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한다는 세속주의 등 인도의 헌법 이념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법이 도입되면 이미 인도에 정착해 수십년간 살아온 무슬림 불법 이민자들이 퇴출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슬림 사회는 이 개정안이 '종교 차별법', '인종 청소 도구'라고 지적했다.
역사학자 무쿨 케사반은 BBC방송에 "개정안은 망명자나 외국인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목적은 무슬림 시민에 대한 비합법화에 있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과 미국 등 국제사회도 이 개정안이 무슬림을 차별한다며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제인권법 등을 위반한 인도 하원의 시민권법 개정안 통과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도 해당 개정안이 입법화된다면 인도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제재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스트벵골, 아삼, 트리푸라 등 방글라데시와 국경이 맞닿은 주의 주민들은 개정안으로 인해 불법 이민자들이 더 유입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삼에서는 모디 정부가 올해 도입한 시민명부 등록 절차로 인해 현지 주민 190만명이 무국적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한 1971년 3월 이전부터 아삼에 거주했다는 것을 증명한 이들만 명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에 아삼, 트리푸라 등 동북부에서는 시위대가 모디 총리의 인형이나 타이어를 태우고 길을 막는 등 며칠째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지역 학생·정치조직은 이번 조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10일 11시간짜리 시한부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BJP는 지난 5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국가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연방 정부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이슬람계 주민이 다수인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지위를 박탈했다.
지난달에는 대법원이 지난 수십년간 힌두교-이슬람교 간 갈등의 진원지로 꼽힌 '아요디아 사원 분쟁'과 관련해 힌두교 측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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