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좀 더 살만해지길 바랐다"…"폭력 안 돼" 비판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에서 장애인 주차구역에 '얌체' 주차한 비장애인 차량의 유리창을 박살 낸 시민에게 현지 언론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인터넷 매체 카오솟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저녁 삐라뽕 아몬핏(46)씨는 북부 치앙라이주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세워둔 픽업트럭의 유리창 한 장을 박살 냈다.
회사 중역인 그는 페이스북에 깨진 유리창 동영상을 찍은 뒤 사건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에 식사하러 온 그는 장애인 주차 구역에 세워진 차에서 비장애인 두 명이 내리는 것을 보고 마트 측에 차를 옮기라는 안내 방송을 하도록 요청했다.
식사 뒤에도 해당 트럭이 그대로 주차돼 있자, 그는 안내방송 코너로 가 자신이 직접 "10분 내 차량을 옮기지 않으면 유리창을 박살 내겠다"고 경고했다.
아무 반응이 없자, 그는 10분을 더 기다린 뒤 결국 방송 내용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이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내 주차장으로 돌아온 차 주인은 삐라뽕씨에게 장애인 주차구역인 줄 몰랐고 안내 방송도 듣지 못했다면서 "왜 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느냐"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란은 삐라뽕씨가 경찰서에서 손해배상금으로 1만 바트(약 40만원)를 지불하기로 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온란이에서 이 사건이 알려지며 유명해진 그는 언론에 "과거에는 나도 많은 범법 행위들을 보고도 지나쳤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사회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관심을 받거나 돈을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 사회가 좀 더 살만하게 되는 걸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오솟은 삐라뽕씨의 행동을 칭찬하는 네티즌이 적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 네티즌은 "그의 행동이 너무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그는 사회의 양심에 불을 붙였다"며 칭찬하고 "경솔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적었다.
물론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가 아닌 완력을 사용했다"면서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접근성이 자유다'라는 장애인 단체의 한 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태국 내 모든 기관이나 시설에 장애인용 주차장과 필요 시설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활동가는 "폭력을 쓰는 것은 반대하지만, 우리 사회가 무책임의 시대로 가고 상황에서 삐라뽕씨의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조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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