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주 52시간 보완대책, 특별연장근로 오남용은 안된다

입력 2019-12-11 17:24  

[연합시론] 주 52시간 보완대책, 특별연장근로 오남용은 안된다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11일 근로자 50∼299인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시행 보완대책을 내놨다. 1년의 계도기간을 주어 그 기간에는 위반행위 단속을 유예하고,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 초과 노동을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에 어려움을 호소하던 경영계는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가 결국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도 포기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근로시간 세계 최장 국가라는 오명도 씻고 일·가정의 양립,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기대했던 주 52시간제가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뿌리내리려는 고통스러우나 불가피한 과정이 아닌가 싶다.

계도기간에 법 위반 진정이 들어와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6개월의 시정 기간을 주고 자율 개선토록 하되 처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진정이 없을 때는 근로 감독기관이 먼저 나서 단속하지도 않는다니 사실상 제도 시행 자체를 1년 연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시간 단축 때도 경영에 어려움을 주고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계도기간을 줬던 만큼 그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에 적정한 계도기간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욱이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당면한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계도기간 부여보다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범위를 늘린 것이 노동계의 더 큰 반발을 사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자연재해와 관련 법상의 재난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정부는 이번에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고쳐 ▲인명보호·안전확보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상황 긴급 대처 ▲통상적이지 않은 업무량 폭증 ▲ 국가경쟁력 강화 등에 도움이 되는 연구개발 등에도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해주기로 했다. '경영상 사유'로 포괄하지 않고 범위를 좁혀 구체화한 점은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자의적 해석 가능성과 악용의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노조가 잘 조직된 대기업들과는 달리 노조 조직률이 낮고 근로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의 본래 취지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제도적으로 안착시켜야 하는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제도 자체의 취지를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된다.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해주는 정부가 이런 점을 간과하지 말고 오남용이 없도록 제도 운용의 묘를 잘 살리기 바란다.

노동계는 보완대책을 근로시간 단축 정책 기조의 후퇴라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인가 사유 확대가 특별연장근로를 '특별한 사정이 생긴 경우'로 제한한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시행규칙 개정으로 모법을 흔들면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감이 안정적이지 않고 여유 인력도 확보하고 있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사정도 살펴야 한다. 중소기업계 상당수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용이 뛰고 경기 부진으로 매출마저 떨어져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노동계는 우려하는 보완대책 부작용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데 투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 보완대책이 나오게 된 데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한 국회의 '입법부작위' 탓이 크다. 정치권은 주 52시간제의 안착을 위해 입법 보완을 서두르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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