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군사판매 미정산액 1조5천억원…회계감사원 지적에 대응
가격 결정 투명하지 않아 미국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지적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미국이 동맹국에 군수품을 유상으로 공급하는 제도인 대외군사판매(FMS)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한국 등과 협력해 미국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등 FMS로 방위장비품을 조달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이르면 미국 측에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안보 협력과 관련해 타국과 공동으로 미국에 이견을 제기하는 이례적인 대응을 모색하는 것은 일본 회계감사원이 FMS 관련 정산이 제때 완료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FMS로 전투기나 미사일 등을 사는 경우 미국이 제시한 견적 가격을 토대로 대금을 선불로 내며 납품이 완료된 후 과다하게 낸 돈을 돌려받는 등 정산을 한다.
하지만 일본 회계감사원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2017년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FMS 조달에서 납품 예정 시기가 지난 후에도 정산이 끝나지 않은 것은 653건, 1천417억엔(1조5천48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미국 측이 일본에 장비품 납품을 완료하지 않은 것이 85건, 349억엔(약 3천816억원)에 달했다.
나머지는 납품은 이뤄졌으나 정산 작업이 끝나지 않은 것이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회계감사원이 지적한 것 가운데는 납입했지만, 서류 작업이 끝나지 않아 미납으로 처리된 것이 꽤 있었다"며 "FMS를 하는 나라들이 확실하게 회의를 해서 FMS 시스템 전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위성은 FMS 조달을 하는 40여개국 대사관 무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회의에서 FMS 정산 지연 등 문제를 거론했으며 비슷한 문제를 겪는 국가들이 제도 개선을 위해 함께 나설 뜻을 표명했다고 방위성 관계자는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장비품이 예정 기일 후에도 납입되지 않은 문제에 관해서 한국이나 호주, 스페인, 캐나다 등과 협력한다"고 12일 보도했다.
방위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도 FMS 개선 움직임에 동참할 뜻을 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이 미국 측의 납품 지연 혹은 납품 후 정산 지연 등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까지 구분해서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에는 FMS에 참여하는 국가들과 협력해 가격 설정에 관해서도 제도 개선을 시도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 관계자는 "FMS의 가격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결과를 장담할 수 없으나 각국의 공동 대응이 그런 계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FMS 조달에서는 가격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미국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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