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닮은꼴' 존슨의 영국 총선 승리에 환희의 트윗

입력 2019-12-13 14:19  

트럼프, '닮은꼴' 존슨의 영국 총선 승리에 환희의 트윗
"보리스가 대승"…폴리티코는 트럼프-존슨의 끈끈한 관계 조명
"트럼프, 존슨의 승리로 재선 가도에 긍정적인 영향 기대"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영국 총선 출구조사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완수'를 공약으로 내걸고 보수당의 압승을 이끈 것으로 나타나자, 그와 성향은 물론 외모 등 여러 면에서 '닮은 꼴'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각 기쁨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총선 출구 조사가 나온 직후인 12일(현지시간) "영국의 존슨이 대승을 거둔 것 같다!"는 트윗을 올려 존슨의 승리 전망에 만족스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존슨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 조명해 눈길을 끈다.



폴리티코는 존슨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최근 몇주 동안은 정치적인 득실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과 짐짓 친하지 않은 척 외면해 왔지만, 존슨 총리의 총선 승리가 예상됨에 따라 두 정상은 이제 이런 '가식'을 끝낼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인다고 12일 보도했다.
자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형편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와 친한 것을 드러낼 경우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존슨 총리는 지난 3일 버킹엄궁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0주년 기념 정상회의 환영식에서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다른 나라 정상들과 함께 트럼프를 조롱하며 함께 웃는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가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고 국내외에서 입지를 더 탄탄히 하게 됨에 따라 양국 정상은 원래의 우호적인 관계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존슨 총리의 끈끈한 관계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총리를 "정말 좋은 사람", "영국의 트럼프"라고 부르며,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를 줄 정도로 존슨 총리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슨 총리는 명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일찌감치 정계에 뛰어든 영국 상류사회 엘리트 출신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트층에 대한 적개심을 앞세워 백악관에 입성하는 등 정치적 기반이나 출신은 상이하지만 두 사람은 외모나 성향 면에서 '닮은 꼴'로 주목받아 왔다.
특색 있는 금발 헤어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는 두 사람은 '정치적인 올바름'이나 진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적인 발언을 하며,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 기득권에 기꺼이 반대하는 등 성향 면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당초 존슨 총리는 런던 시장 시절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에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 등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는 등 트럼프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이었으나, 그의 당선을 계기로 친(親)트럼프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한다.
존슨 총리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7년 1월에는 영국 외무장관 신분으로 트럼프의 대선 참모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변화를 위한 흥미로운 트럼프의 공약"을 칭송하는 등 트럼프에게 먼저 다가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전직 백악관 관리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총리 내각의 일원이면서도 호시탐탐 총리를 노리던 그는 당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과 반(反)이민 정책 입안에 주도적 역할을 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접근해, 백악관에서 여러 차례 은밀히 만나 조언을 주고 받기도 했다. 이 관리는 밀러 선임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존슨에 대한 이야기를 잘 전달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전직 미 정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을 그토록 좋아하는 이유는 트럼프가 존슨의 전임자인 메이 전 총리를 질색을 할 만큼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또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도 트럼프와의 관계에 공을 들였지만, 다른 나라 정상 누구도 존슨 총리처럼 트럼프와 끈끈한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하지는 못했다는 사실도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의 총리 재임 시절 EU에 끌려다니는 듯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존슨이 총리가 되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밝혔다. 미 정부 관리는 "트럼프는 메이가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존슨의 이번 총선 승리를 재선을 노리는 자신에게도 좋은 징조로 반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럽의 정치 기류가 미국의 정치를 그동안 선행해 온 것으로 미뤄 볼 때 내년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절친' 존슨의 총선 승리가 자신의 재선 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예상을 뒤엎고 가결된 것은 그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깜짝 승리에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통과를 계기로 유럽 대륙에는 반이민, 반이슬람을 동력으로 한 포퓰리즘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고, 대서양을 넘어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편, 여러 공통점과 친밀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존슨 총리는 정책 면에서는 차이를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가령, 존슨 총리는 트럼프가 반대하는 이란과의 핵합의, 파리 기후협정을 지지하는 등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트럼프보다는 유럽 국가들과 훨씬 가깝다.
존슨 총리는 또한 일단 브렉시트를 완수한 뒤에는 미국, EU와 각각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존슨과 트럼프가 이 협상을 어떻게 끌어갈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아맨다 슬로트 연구원은 "존슨 총리는 EU와의 무역협상에 있어서는 유리한 조건을 취하기 위해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내세우고,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EU의 규제 핑계를 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역시 무역협상에 있어 영국을 봐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바 있으며, 영국은 농업과 제약 부문에서 미국의 요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또한 영국에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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