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 최대 향토박물관 발해 주제관 지도…中'포하이'가 된 이유

입력 2019-12-13 15:53  

극동 최대 향토박물관 발해 주제관 지도…中'포하이'가 된 이유
전문가들 "과거 발해 연구 사학자가 사용한 중국식 명칭 굳어져"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한국 측에서 적극적으로 지명(포하이)의 변경 표기에 나서주신다면 러시아 학계에서도 이를 검토하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일 러시아 극동 최대 박물관으로 알려진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신북방정책의 역사적 여정' 세미나에서 야쿠포프 막심 발해관 수석 책임자는 전시관 지도의 명칭과 관련한 연합뉴스 특파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 1층 발해 전시실에는 과거 발해의 영토를 표시한 대형 지도가 걸려있다.
지도에는 발해를 우리가 아는 지명 대신 중국식 명칭인 '포하이'(Бoхай)로 표기해 놓고 있었다.
고구려의 후예로 알려진 발해가 해외에서 포하이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쿠포프 막심 책임자는 "러시아 역사학에서는 (발해에 대한) 연구가 19세기부터 시작됐는데 그 당시 러시아 고고학자들이 가장 먼저 접했던 문헌이 중국어나 일본어로 된 것이었다"며 "이후 기록에서는 (포하이라는) 명칭이 그대로 남게 됐고 지금까지 변경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 학자들은 학술대회 발표나 자료를 내놓을 때도 포하이라는 이름을 자주 사용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통문화대 융합고고학과장인 정석배 교수는 발해를 최초로 연구한 학자가 발해를 중국어 발음인 포하이로 표기하면서 최초의 유래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식 이름인 포하이가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학계에서 발해를 부르는 지명으로 굳어졌다는 얘기다.
샬라이 빅토르 아르세니예프 박물관장은 "중국 사람들이 음성학적으로 발해를 발음할 때 포하이로 하고 한국 사람이 할 때는 발해로 읽는다"며 "러시아 학계는 상당히 전통적이어서 누군가 명칭을 정의하면 그것을 보존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발해를 당나라의 지방 정권이라고 치부하는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와 맞물려 중국식 명칭인 포하이 역시 함께 논란을 빚었다.
지난 7월 사이버 외교 사절단인 반크는 발해를 포하이로 표기했던 영국의 온라인 역사교육 사이트 '타임맵'(www.timemaps.com)에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가 해당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지금도 역시 지도의 일부는 여전히 포하이로 남아있었다.
연해주 지역에는 2010년 315곳의 발해유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발굴조사가 한차례라도 이뤄진 유적은 37곳에 불과하다.
한반도 북부와 만주 일대를 지배한 발해는 698년 건국해 926년 소멸한 나라다.
별도의 행정구역(5경·15부·62주)을 두고 오랜 기간 독자적인 문화·경제·정치체계를 발전시켰을 만큼 한반도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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