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공약 인기 있었지만 브렉시트 논쟁 탓 패배" 항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가운데 제러미 코빈(70) 노동당 대표가 사의를 밝혔다.
로이터,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코빈 대표는 13일(현지시간) 출구조사가 발표된 후 자신의 지역구인 런던 이즐링턴에서 기자들에게 "향후 있을 총선에서 당을 이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당이 총선 결과에 대한 '숙고의 과정'을 겪는 동안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며 즉시 사퇴하지는 않겠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사퇴 날짜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총선 결과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도, 자신이 '희망의 매니페스토'(선거 정책공약)라 부른 노동당의 선거 공약은 캠페인 기간 내 매우 인기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가 이 나라를 너무 양극화시켜 정상적인 정치적 토론이 중단됐다"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논쟁을 노동당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날 BBC와 ITV, 스카이 뉴스 등 영국 방송 3사가 실시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보수당은 하원 650석의 절반을 훌쩍 넘는 368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노동당 의석은 191석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출구조사대로라면 노동당은 1935년 이후 최악의 패배를 당하게 될 전망이다.
이런 결과를 두고 노동당 내에서는 코빈 대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출구 조사 결과 자신의 지역구인 스토크온트렌트에서 연임에 실패할 것으로 예측된 루스 스미스 의원은 선거 패배의 원인을 코빈 대표에게 두며 "그는 수개월 전에 떠났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앨런 존슨 전 영국 내무장관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현지 방송 ITV에서 "코빈은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재앙이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평생 사회주의 노선을 추종해온 코빈은 2015년 노동당 대표로 오른 후 급진적인 진보정책을 밀어붙이며 중도 성향 당원들을 소외시켰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또 반유대주의 성향으로 테러리스트들에게 동조한다는 비난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브렉시트에 대한 지도력 부족으로도 비판받았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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