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단계 무역합의 동의…美농산물 수입 대폭확대"(종합2보)

입력 2019-12-14 02:17   수정 2019-12-14 08:54

중국 "1단계 무역합의 동의…美농산물 수입 대폭확대"(종합2보)
"美, 단계적 대중 관세 취소키로" 언급…정식 서명 일정은 추후 별도 협의
中 "2단계 협상은 1단계 실행에 달려"…후속 협상 속도 美와 견해차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미국과 1단계 무역 합의 문건 내용에 서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13일 밤 11시(현지시간) 베이징 신문판공실 청사에서 연 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예정에 없던 이날 심야 회견에는 각 부처를 대표해 미중 무역 협상에 참여한 차관급 당국자들인 닝지저(寧吉喆)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 랴오민(廖岷) 재정부 부부장, 정쩌광(鄭澤光) 외교부 부부장, 한쥔(韓俊)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이 참석했다.
중국은 이날 발표한 '1단계 무역 협상에 관한 성명'에서 "중미 쌍방이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하에서 1단계 무역 합의문에 관한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성명에 따르면 합의문은 서언,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식품 및 농산물, 금융 서비스, 환율 및 투명성, 무역 확대, 쌍방의 (합의 이행) 평가 및 분쟁 해결, 마무리 등 9개의 장을 포함하고 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트럼프 "중국, 농산물 500억달러 구매하게 될 것" / 연합뉴스 (Yonhapnews)
미국은 그간 중국과 무역 협상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위안화 환율 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왔는데 적어도 합의문 목차만 놓고 봤을 때는 상당 부분이 포함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농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이 대두와 육류 등 미국산 농산물을 대거 살 것을 강력히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농산물을 포함한 중국 상품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구매 계획까지는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 부부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중국은 이 합의가 실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농산물 수입을 큰 폭으로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닝 부주임도 "중국은 우수한 품질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미국 농산물 구매를 늘릴 것이지만 현재 1단계 합의문이 검토되는 과정에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농산물 외에도 미국의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및 서비스 상품 구매 규모를 늘려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시장화의 원칙 및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준수를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표현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무작정 수용할 수만은 없다는 뜻을 에둘러 나타낼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내년 한 해에만 500억 달러(약 58조7천억원)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등 미국이 그간 줄기차게 요구해온 '구조적 문제'에 관해서도 성의를 보였음을 강조했다.
중국은 "합의 내용이 이행되면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되고, 시장 진입의 문이 확대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의 권익이 더욱 잘 보호되는 한편 미국 내 중국 기업들의 권익 또한 잘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중국 측의 주된 관심사인 현행 고율 관세 철폐 내지는 관세율 인하 문제도 언급됐다.
중국은 성명에서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중 가중 관세를 취소함으로써 가중 관세가 높은 상태에서 낮아지는 쪽으로 변하도록 하는 데 미중 양측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랴오 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일부 현행 고율 관세를 취소하기로 약속했다면서 중국도 이달 15일부터 미국 상품에 추가로 부과키로 한 고율 관세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작년 7월부터 경쟁적으로 상대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전쟁을 벌여왔다.
미국은 2천5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상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이와 별도로 올해 9월부터는 1천10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15%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다.
미국은 또 이달 15일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 포함된 나머지 1천650억 달러어치의 중국 상품에 15%의 관세를 매기려고 했지만 1단계 합의로 부과가 일단 보류했다.
미국은 또 작년 부과한 2천500억 달러어치의 관세율은 25%로 유지하되 올해 9월 1일 부과한 1천100억 달러어치의 관세율을 기존의 15%에서 7.5%로 낮춰주기로 했다.
중국도 작년 총 1천100억달러어치의 미국 상품에 5∼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올해 9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맞대응해 9월 1일과 12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 총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에 5∼10%의 관세를 추가로 매기기로 했는데 중국 역시 12월 15일 새로 매기려던 추가 관세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중국은 그간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자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미국의 대중 관세를 최대한 걷어내는 데 협상의 초점을 맞춰왔는데 이번 합의로 가시적인 성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중국 측의 설명에 따르면 미중 양국은 향후 내부 법률 평가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정식 서명을 위한 일정을 잡는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협상 속도를 놓고서는 미중 양국이 뚜렷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합의가 곧바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중국은 "2단계 협상은 1단계 합의 실행 상황을 보면서 결정되어야 한다"며 "현재 시급한 것은 합의 서명이 이뤄지도록 하고 잘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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