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남용·의회방해' 적용…민주 전원찬성-공화 전원반대 속 10분도 안걸려
하원 통과하면 상원 심판 절차…'공화당 다수' 상원선 부결 전망 우세
트럼프 "상원서 내가 원하는 것 다하겠다"…장기전 열어뒀다 해석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촉발된 탄핵 정국이 여당인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의 본격적인 표대결 국면으로 들어갔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다음주 본회의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상원의 탄핵심판 절차로 넘어간다. 그러나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석이어서 부결 전망이 우세하다.
미 하원 법사위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2가지 혐의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각각 표결에 부쳐 두 혐의 모두 찬성 23명, 반대 17명으로 처리한 뒤 하원 본회의로 넘겼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양당의 극한대립 속에 민주당 위원 전원이 찬성, 공화당이 전원 반대한 결과다.
전날 법사위는 14시간에 걸친 회의에도 불구하고 표결을 하지 못했지만, 이날 회의는 2개의 탄핵사유 안건에 대해 찬반을 확인하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탄핵 소추안에 적시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권력 남용과 의회방해 혐의다.
권력 남용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4억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고리로 정적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조사를 압박했다는 것을 말한다.
또 탄핵 소추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 조사 착수 이후 행정부 인사들에게 조사 비협조를 지시한 행위 등에 대해 의회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민주당 소속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표결 후 법사위가 미 역사상 세번째로 대통령 탄핵을 권고하기 위해 투표한 날이라고 밝히고 "오늘은 엄숙하고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은 내주 하원 본회의 전체 표결을 거칠 예정이며, 민주당이 하원 다수석을 차지해 통과 전망이 우세하다.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내달부터 상원의 탄핵 심판이 진행된다.
상원은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이어서 부결 전망이 우세하다. 탄핵안이 의결되려면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밤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통령이 직에서 쫓겨날 가능성은 0%다"라고 말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속임수'라는 단어를 4번, '가짜'를 2번 사용하고, 자신의 행동이 '완벽했다'고 3번,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4번 언급하며 민주당을 맹비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친정인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이어서 상원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한 듯 탄핵 절차가 짧든, 길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공화당이 상원에서 속전속결식 심판을 희망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에서 공화당의 다수석을 활용해 원하는 증인을 소환하는 등 장기전을 택할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의회의 탄핵 표결에 직면한 세 번째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공히 상원에서 부결돼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하원의 표결 직전 사임했다.
재선이 아닌 첫 임기 때 탄핵심판에 직면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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