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에서 일어날 일의 조짐", 바이든 "노동당이 너무 왼쪽으로 이동"
공화, 英총선 포퓰리즘 약화 예의주시…민주, 좌편향 놓고 토론벌일듯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이 집권 보수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영국 총선 결과가 몰고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에게 도전하는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이번 결과를 서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각자 교훈을 얻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평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돈독한 사이를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총선 결과를 가리켜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일의 조짐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존슨 총리의 대승이 자신의 내년 승리를 예고하는 청신호라고 평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이른바 '브렉시트 국민투표'로부터 5개월 뒤 열린 2016년 미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한 역사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반면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존슨 총리를 트럼프 대통령의 "복제인간"이라고 공격하면서 "(영국) 노동당이 너무 왼쪽으로 이동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고 논평했다.
이는 총선에서 참패한 영국 노동당이 과도한 '좌클릭'으로 유권자의 버림을 받았다는 의미로 진보 성향의 당내 경선 라이벌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견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주요 후보들의 호언장담과 달리 공화당과 민주당 내부에서는 영국 총선 결과의 정치적 함의가 갖는 긍정적, 부정적인 면을 모두 신중히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존슨 총리의 승리가 포퓰리즘의 지속적인 힘을 확인하는 동시에 그 한계를 보여줬다는 점을 목격했고, 진보와 중도 사이의 갈등에 휩싸인 민주당에는 노동당의 패배가 유익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우선 공화당으로서는 포퓰리즘이 여전히 살아있기는 하지만 그 강도가 3년 전과는 달라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슨 총리가 영국과 EU의 완전한 단절을 주장하는 '강성' 브렉시트당의 선거 연대 제안을 거부하고, 브렉시트 협상의 장기 표류에 지친 국민들의 피로감을 이용해 "브렉시트를 끝마치자"는 메시지를 압승을 거뒀다는 게 그 근거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당과의 연대에 퇴짜를 놓음으로써 중도파에 다시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보수당은 포퓰리즘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노동당의 참패가 지나친 좌편향 정책 때문인지, 아니면 제러미 코빈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 때문인지를 놓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미국·유럽센터 국장은 NYT에 "민주당에서 누군가는 코빈이 인기 없고 반(反)유대주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노동당이 졌다고 말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노동당의 좌파적 경제정책이 문제였다고 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엘리트층'에 대한 비(非) 도시 유권자들의 경멸과 국수주의 메시지의 힘이 미국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WP는 관측했다.
노동당이 오랜 세월 우위를 점했던 런던 외곽 노동자층 주거 지역에서 참패한 것이 최근 백인 노동자 계층을 공화당에 뺏기고 있는 미국 민주당과 닮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브렉시트 교착 국면에 지친 영국의 유권자들이 존슨 총리에게 힘을 몰아준 현상이 미국에서는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성과 혼돈 유발에 지친 중립 성향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하는 쪽으로 응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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