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신문 기사 인용해도 '가짜' 딱지"…4건 전부 야당ㆍ반정부 인사 겨냥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정부가 야당에 대해 이른바 '가짜뉴스 법'을 잇따라 적용했다. 입법 당시 제기된 '언론자유 위축'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전망이다.
16일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온라인상의 거짓과 조작으로부터의 보호법'(Pofma) 사무국은 지난 주말 싱가포르 민주당(SDP)이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트 두 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정정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인력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인력부는 '전문가, 관리자, 임원 및 기술자' 수가 감소했다는 SDP의 주장은 거짓이라면서, 실제로는 2015년 이후 수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력부는 "SDP의 이 같은 거짓 서술의 목적은 한 가지, 당사자들의 두려움과 불안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싱가포르 국민이 호도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DP 측은 정정 명령에 따르겠다면서도 해당 조치 취소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SDP는 성명에서 해당 서술은 스트레이츠 타임스 기사에 따른 것인 만큼,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려면 신문 측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DP는 이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정부가 통제하는' 신문이기 때문에, 그 신문이 정부에 대해 가짜 뉴스를 실었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교육부도 이날 야당인 '민중의 목소리' 소속 림 틴 변호사의 페이스북 포스트에 대해 정정 명령을 내렸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보도했다.
교육부는 정부가 싱가포르 학생들보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더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는 림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른바 '가짜뉴스법'으로 불리는 Pofma는 10월 2일 발효 이후 지금까지 4차례 적용됐다.
이 중 세 건이 야당 인사가 올린 글이나 페이스북 포스트 등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한 건은 페이스북 측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정정 명령을 받은 반정부 인사가 이를 거부하자 당국이 페이스북 측에 해당 포스트에 정정 공고를 게시할 것을 요구해 관철한 경우다.
'가짜뉴스법'에 따르면 정부 장관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IT 업체나 해당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거짓으로 판단한 뉴스나 글을 삭제토록 명령하거나, 기사 또는 글과 나란히 정정 내용을 실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법을 따르지 않는 IT 업체는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7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또 악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퍼뜨린 개인의 경우, 최장 징역 10년이나 최대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천7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인권단체는 물론 IT 업체들도 언론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면서 입법에 반대해왔다. 특히 2020년 초 총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입법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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