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UCSD 연구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건강한 간(肝) 조직에 암이 생기게 하는 일종의 '전사체 스위치(transcriptomic switch)'를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의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전사체는 일정한 시간, 일정한 상황에 세포 안에 존재하는 모든 RNA 분자의 합을 말한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만성 간 질환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양적 분석 도구'도 개발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온라인판에 실렸다.
같은 날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분석 도구는 '전사 인자 그룹(transcription factor clusters)'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전사 인자는 특정 DNA 염기서열과 결합해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끌지 지시하는 것이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UCSD의 펑 건-성 병리학 교수는 "간암 종양은 10㎜보다 작은 초기에 발견해야, 외과 절제 수술을 거쳐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라면서 "건강해 보이는 간세포가 언제 암세포로 변할지 예측하는 수학 방정식을 이번에 개발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생쥐 모델에서, 전사 인자가 온·오프를 제어하는 유전자와 전사 인자 자체를 하나의 '전사 인자 그룹'으로 묶어 양적 변화를 각각 측정했다.
아울러 이상 지방증·섬유증·간 경변 등 만성 간 질환과 간암을 가진 생쥐를 대상으로, 암이 생기기 전과 후의 RNA 염기서열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암에 걸린 생쥐에서 상향 또는 하향 제어된 61개 전사 인자 그룹을 분류해냈는데 이 중에는 간암 세포에서 이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전사 인자도 포함됐다.
연구팀은 이어 자체 개발한 간세포 전사체 분석 도구로, 건강한 간과 만성 간 질환이 생긴 간의 전사 인자 그룹을 비교해, 언제 간세포가 암으로 변하는지 확인했다.
펑 교수는 "이런 수학적 접근은, 간 경변 등 만성 간 질환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을 조기 진단하는 도구로 개발될 수 있다"라면서 "추가적인 개발과 최적화 작업을 거치면 다른 유형의 암 발생을 예측하는 도구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펑 교수팀은 혈액 샘플 검사로 간암 발생 위험과 진행 단계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간 조직검사 결과를 분석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미국 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는 세계적으로 매년 70만 건 이상의 간암 진단이 내려지고, 간암 사망자도 약 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 미국에서 간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약 4만2천 명, 간암 사망자는 3만1천 명 정도로 알려졌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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