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가수 20명 '미투' 이후 공연 취소된 美와 정반대 분위기
"개인 후원에 의존하는 美오페라, 성추문 의혹에 민감하게 반응"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78)가 잇따른 동료가수 성추문 의혹에도 이탈리아 공연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위세를 떨쳤다.
도밍고는 15일(현지시간)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스칼라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아카펠라 공연을 선보였다.
도밍고의 노래를 들은 청중은 그가 받는 다수의 성추행 의혹을 괘념치 않는 듯 22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고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다.
일부 팬들은 공연이 끝난 뒤 자정 넘어서까지 공연장 밖에서 도밍고를 기다렸다가 사인을 받아 가기도 했다.
라 스칼라의 예술감독 도미니크 메이에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신경 쓰지 않는다"며 도밍고의 성 추문 의혹에 대해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열렬하고 격정적으로 도밍고를 품는 이탈리아의 분위기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이후 도밍고를 밀쳐냈던 미국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는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댈러스 오페라 등이 예정됐던 그의 공연을 취소했다.
도밍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AP통신에 폭로한 피해자는 20명에 달하며, 미국 성악가 앤절라 터너 윌슨(48)은 그의 성추행 의혹을 실명으로 제기했다.
윌슨은 AP와 인터뷰에서 도밍고가 1999년 미국 워싱턴 국립오페라 분장실에서 자신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미국 오페라는 유럽과 달리 개인 후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보니 도밍고의 성 추문 의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유럽 오페라 전문가는 "개인 스폰서는 가수에게 결함이 있으면 쉽게 포기할 수 있다"며 "이와 달리 유럽에서는 대중이 내는 돈이 많기 때문에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969년 12월 라 스칼라 무대에 처음 오른 도밍고는 지난 50년 동안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22편의 오페라를 선보이며 총 135차례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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