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고, 보유세 오르고" 서울 주택시장 혼란·패닉

입력 2019-12-17 16:47  

"대출 막히고, 보유세 오르고" 서울 주택시장 혼란·패닉
중개업소 등에 "대출 가능하나" 문의 줄이어…매수 포기도
보유세 충격에 집주인 "집 팔겠다" 문의…매물 늘고 단기 하락 예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의 12·16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은 혼란과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일선 은행은 물론 중개업소에도 15억원 이상 대출 중단 발표로 인한 문의로 큰 혼란을 빚었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걱정으로 주택 매도 여부를 상의하는 전화도 줄이었다.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15억원 이상 집을 사면서 대출을 안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앞으로는 아예 주택 매수용으로는 대출을 안해준다고 하니 '이런 경우가 어딨냐'며 격앙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전세자금을 통한 우회·편법 대출도 다 막히보니 강남에 집 한채 마련하겠다고 알아보던 수요자들이 망연자실한 상황"이라며 "대출이 끊기면서 앞으로 거래가 상당히 위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강동구 고덕동 일대도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신규 매수예정자들은 물론이고 앞서 매매 계약을 해놓고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에서 대출 가능여부를 명확히 답해주지 않아 애태우는 집주인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하면서 새 집을 계약한 경우 대출이 되는지 여부도 확실한 답을 못받아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계약자는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다지만 은행에서 명확한 지침을 줘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북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가주택이 많은 마포·용산·성동구 등지에서도 매매 시장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걱정하는 모습이다.

마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마용성 일대 전용면적 84㎡는 국민은행 시세 기준 15억원이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앞으로 대출이 끊기면 거래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 인해 15억원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용산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대책이 발표된 어제부터 시세 15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는 문의가 몇 건 있었다"며 "집을 꼭 사야 하는 사람은 대출이 가능한 주택으로 갈아타기하는 모습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권 집주인들은 보유세 인상에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종부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물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보다 크게 높이기로 하면서 당장 보유세 부담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특히 시가 15억원 이상만 돼도 현실화율이 75%로 오르고, 30억원 이상은 80%까지 상향하는 등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20억∼30억원이 넘고, 지금도 보유세 부담이 상당한데 내년 이후 더 많이 오르는 게 문제"라며 "고가주택 보유자라고 모두 현금이 많은 건 아닐텐데 현실화율을 80%까지 올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양도세 중과 배제가 되는 내년 6월 말까지 집을 팔겠다는 매도 문의도 나오기 시작했다. 주택 수를 줄여 보유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2주택자인데 어떤 집을 먼저 팔아야 하냐고 묻는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며 "보유세 부담 때문에 앞으로 매물이 꽤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당분간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포의 한 중개업소 대표도 "이럴수록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결국 본인이 보유한 주택 가운데 입지가 떨어지거나 팔았을 때 양도세가 적은 집부터 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다주택자에 '퇴로'는 열어줬지만 문제는 집값이 하락할 시기에는 집이 잘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거래 동결까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양도세 중과를 배제해주는 6개월의 유예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많다"며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도 얼마나 될지 몰라서 눈치보기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된 양천, 과천, 강북 재개발 단지도 매수 문의가 급감하면서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강북의 재개발 단지 가운데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곳들은 상한제 영향으로 사업추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비해 사업 초기단지들은 상한제보다는 거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양천구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목동은 아직 재건축 깃발도 꽂지 못한 곳이라 상한제 영향은 거의 없고 대출 규제로 인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중대형 거래가 한동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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