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중남부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서 약 100년 전 발생한 인종학살 사건의 희생자들이 집단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발견됐다고 미 NBC·CNN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클라호마대학 고고학 연구팀의 스콧 해머스테트 선임연구원은 "1921년 발생한 이른바 '털사 인종학살' 무덤이 이 도시의 한 공원묘지 인근에서 발견됐다"면서 "얼마나 많은 시신이 묻혔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플로리다대학 범죄감식학자 피비 스터블필드는 "최대 100구의 시신이 묻혀있을 수 있지만, 유해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라고 말했다.
G.T.바이넘 털사 시장은 "그동안 인종학살 사건은 우리 커뮤니티의 수치였다"면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이번 연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무덤을 발굴하는 작업에 향후 몇 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털사 인종학살은 1921년 5월 딕 로랜드라는 이름의 15세 흑인 소년이 백인 여성을 엘리베이터에서 성폭행하려 한 사건으로 인해 촉발됐다.
로랜드는 당시 백인 여성 성폭행 혐의를 억울하게 뒤집어 썼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이 사건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고 이는 폭동으로 이어졌다.
흑인 남성 수십명이 로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으로 몰려가자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인 큐 클럭스 클랜(KKK) 소속 백인 회원 수백 명이 달려들어 이들과 대치했으며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이어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털사 시내 흑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상점을 약탈하고 시내 곳곳에 불을 지르는 등 한동안 시가지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으로 3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항간에는 100명 넘게 희생됐다는 풍문이 나돌았다.
털사 인종학살은 미 HBO방송의 다큐멘터리 '와치맨'으로 제작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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