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관련자 감청영장에 "근거없는 내용 포함" 비판
트럼프 "내 사건은 사기…FBI 남용 호되게 꾸짖은 것" 환영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해외정보감시법원은 17일(현지시간) 미연방수사국(FBI)이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 관계자에 대한 감청 영장을 신청하면서 "근거없는 정보"를 포함해 법원을 오도했다며 FBI에 다음달까지 개선 계획을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정보요원에 대한 감청 영장을 비밀리에 승인하는 역할을 하는 해외정보감시법원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드문 일이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해외정보감시법원의 로즈메리 콜리어 판사는 이날 FBI가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정책 고문을 맡았던 카터 페이지의 감청을 위해 2016년과 2017년 법원에 신청한 감청 영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명령했다.
콜리어 판사는 이날 낸 4쪽짜리 명령문에서 "FBI 직원들이 낸 진술서는 근거가 없거나 그들이 가진 정보와 상충했으며 사건에 불리한 정보는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고, "FBI가 다른 영장에 포함한 정보가 신뢰할만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은 정부가 영장을 신청할 때 완전하고 완벽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하고는 FBI에 내년 1월 10일까지 감청 영장에 적힌 정보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한 계획을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이는 마이클 호로위츠 법무부 감찰관이 지난 9일 발표한 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경위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서 FBI 감청 영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래 해외정보감시법원이 처음으로 내놓은 반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앞서 호로위츠 감찰관은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유착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FBI의 수사는 정당했다면서도, FBI의 감청 영장에서 최소한 17개의 중대 실수나 누락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FBI가 감청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와 후속 서류에서 17건의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오류와 누락"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FBI가 페이지에 대한 감청 영장을 갱신하면서 페이지가 러시아쪽 정보원이라는 의혹을 벗겨줄 주요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법무부와 법원에 숨겼다고 주장했다.
2016년 대선 당시 FBI는 스파이 용의자 감청을 허용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근거해 페이지를 상대로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감청을 했으며 이를 통해 페이지가 친 러시아 발언을 한 사실을 포착했다. 이는 곧 트럼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호로위츠 감찰관의 발표는 페이지에 대한 FBI의 감청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전부터 페이지에 대한 감청이 FBI의 권한 남용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호로위츠 감찰관의 발표 이후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 캠프 관계자들이 부당한 취급을 받았다며 FBI의 변화를 촉구했다.
AP통신은 판사의 명령에 따라 FBI의 강력한 감시 수단 사용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FBI는 테러와 첩보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선 감청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나 반대론자들은 FBI가 이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법원이 FBI에 개선안 제출을 명령했다는 소식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트위터를 통해 "FBI에 대한 멋진 견책"이라며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폭스뉴스의 기사를 소개하며 "최근 감찰관의 보고로 밝혀진 FBI의 FISA 남용에 대해 해외정보감시법원이 호되게 꾸짖었다. 최소한 17개의 중대한 실수가 있었다"고 전한 뒤 "그 뜻은 내 사건이 사기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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