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탈환 경쟁력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강조
코빈 대표, 노동당 의원들에 사과 불구 비판 받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노동당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최근 총선에서 참패를 기록한 노동당과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를 내놨다.
18일(현지시간) BBC 방송, 스카이 뉴스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런던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번 총선에서의 노동당 패배 요인을 분석한 뒤 당의 혁신을 요구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당 대표로 세 번의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를 기록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총선 결과는 우리에게 창피함을 가져왔다. 우리는 나라를 실망시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은 1983년 총선 패배보다 더 아픈 결과라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두 번째 패배였지만, 이번에는 네 번 연속 노동당이 선거에서 지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노동당이 "상상의 섬에 고립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라가 바뀌었고, 정치가 변했다"면서 "이전에 비해 정치적 소속감은 덜 고정됐고, 소셜미디어로 가속화된 정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동당은 진지하고 혁신적이며 보수적이지 않은 정당, 정권 탈환을 위한 경쟁자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그런 야망에서 후퇴한다면 노동당은 대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것은 가혹하고 냉혹하며 어렵지만 지금 필요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블레어는 이번 총선 패배가 잘못된 이데올로기와 구제불능의 역량 부족의 결합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도 제러미 코빈 대표가 총선 개최에 동의한 점이 가장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동당이 브렉시트(Brexit)와 관련해 망설임을 보이면서 유럽연합(EU) 잔류 및 탈퇴 지지자를 모두 멀어지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빈 대표를 개인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빈 대표의 유사 혁명 사회주의 정신은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코빈 대표와 극좌 세력이 노동당을 장악하면서 유권자들에게 신뢰받는 정부로서 다가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총선 이후 처음 하원이 열리자 코빈 대표는 수십 명의 노동당 현역 및 전 의원들과 만나 총선 패배에 대해 사과했다.
코빈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사과하며,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대표가 선출되면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이 하나로 뭉치고, 내년 5월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노동당 출신 시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재선출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가장 원활하게 전환기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총선 패배가 브렉시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언론들이 '브렉시트 완수'(get Brexit done)라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메시지를 증폭시켜 전달함으로써 많은 이들이 설득됐다고 주장했다.
코빈 대표는 "우리는 이제 평생을 노동당을 지지했지만 이번에 잃어버린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과에도 불구하고 코빈은 이날 회동에서 노동당원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캐서린 맥키넬 의원은 잉글랜드 북부에서 노동당이 의석을 뺏긴 곳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낙선한 의원들이 당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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