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투표에 쫙 갈라진 여야…트럼프 "정치적 자살행진"-펠로시 "미국에 슬픈날"
트럼프 재선가도서 정치적 내상…'여대야소' 상원서 부결 관측 우세
'포스트 하원 가결' 신경전 예고…대북 관계 변수 작용할지 여부도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8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9월24일 탄핵조사 개시를 공식 발표한지 85일 만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하원의 탄핵을 받은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날은 공교롭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된 98년 12월 19일로부터 하루 모자란 21년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탄핵안의 하원 가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가도에서 정치생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탄핵 변수로 미 대선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제 상원의 탄핵심판 국면을 맞아 '민주당 역풍'을 노리며 재선고지에 안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탄핵몰이를 이어가며 정권 탈환을 시도하는 민주당간 '탄핵 대 반(反)탄핵'의 대치전선이 더욱 가팔라지며 '정치적 명운'을 건 일전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강력 반발하며 상원에서 바로 뒤집겠다며 벼르고 있고, 민주당은 공화당의 '졸속 탄핵심판' 가능성을 경계하며 지연전술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등 '포스트 하원 가결' 신경전도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소집, 마라톤 찬반토론에 이어 오후 8시가 넘어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등 두 가지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차례로 실시했다. 그 결과 두 안건 모두 찬성이 과반을 차지하며 가결됐다.
이번엔 트럼프, 당신 해고야(You're fired)? 복잡다단한 '트럼프 탄핵사태' 3분 요약 / 연합뉴스 (Yonhapnews)
권력 남용 안건의 경우 찬성 230표, 반대 197표, 기권 1표, 불참 3표였으며, 의회 방해 안건은 찬성 229표, 반대 198표, 기권 1표, 불참 3표였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하원의 현 재적 의석수는 공석 4석을 제외한 431석(민주 233석, 공화 197석 무소속 1석)으로, 두 안건 가운데 하나라도 찬성이 과반(216명)이면 탄핵소추로 이어지게 돼 있다.
이번 표결 결과 공화당에서는 반란표 없이 전원 반대를 던지며 이탈 없이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등 여야 모두 뚜렷한 당론 투표 성향을 보이며 정당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양분됐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당파성이 지배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헌신'도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탄핵 추진은 미·우크라이나 정상의 7월 25일 통화에 대한 정보당국 출신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촉발된 뒤 하원 정보위의 비공개 증언 및 공개청문회, 법사위의 공개청문회 및 탄핵소추안 작성 절차 등을 거쳤다.
트럼프 탄핵소추안 역대 美대통령 세번째 하원 가결 / 연합뉴스 (Yonhapnews)
이제 탄핵안의 운명은 공을 넘겨받은 상원에서 판가름 나게 된다.
크리스마스 휴회가 끝나는 내년 1월초부터 상원의 탄핵심판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이 과반을 점한 하원과 달리 여대야소(공화 53석, 민주 45석, 무소속 2석)인 상원에서는 탄핵안이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원 표대결 결과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 탄핵 이슈가 대선 정국을 뒤덮으면서 양 진영의 지지층 결집 시도 속에 국론이 탄핵 찬반으로 팽팽하게 갈라지는 등 분열상도 심해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탄핵 리스크' 제거 차원에서 속전속결식 심판절차 완료를 공언하고 있어 이르면 1월말 전후까지 상원 표결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화당의 속도전에 호락호락 응하지 않을 태세여서 그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실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화당이 충분한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을 들어 탄핵안을 당장 상원에 보내지 않고 지연시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오늘은 헌법을 위해 위대한 날이지만 미국을 위해선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취임 후 2여년간 발목을 잡았던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지 약 8개월만에 하원 탄핵안 가결이라는 대형 악재를 다시 만난 셈이 됐다.
미국의 경우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받더라도 상원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데다 상원에서 부결 가능성이 높은 만큼, 탄핵이 대선 판도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재선 동력의 약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선가도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WP는 "'트럼프 재임'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겼다"고 촌평했다.
경합주인 미시건주 유세 도중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정치적 자살 행진"이라며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백악관도 성명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정치 사건 중 하나의 정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상원에서의 '무죄'를 확신했다.
북한이 연말시한을 앞두고 '성탄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미가 강대강 대치로 회귀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탄핵안의 하원 가결이 한반도 정세에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고강도 도발시 '대북성과 부진론'을 만회하기 위해 강력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전반적인 견제 강화 속에 대북 정책에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탄핵 이슈에 매몰되면서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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