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법 시위 참여 저명 학자까지 구금…뉴델리 등 통신망 제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가 힌두 민족주의를 근간으로 한 '권위주의 정책'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이슬람 주민이 다수인 잠무-카슈미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시민권 관련 정책을 앞세워 소수 집단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분위기다.
이에 무슬림, 대학생 등이 '인종청소'라고 반발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자 모디 정부는 인터넷 통제, 시위대 구금·폭행 등 더욱 강력한 수단으로 대응하고 있다.
19일 NDTV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모디 정부는 이날 수도 뉴델리, 남부 벵갈루루, 뭄바이 등에서 시민권법 개정 반대에 나선 시위대 수백 명을 구금했다.
특히 벵갈루루에서 구금된 시위대 중에는 마하트마 간디의 전기 등으로 유명한 역사학자 라마찬드라 구하도 포함됐다.
이날 시내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이려던 이들은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는 시위대가 버스를 불태우기도 했다.
인도 당국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집회 자체를 금지한 상태다.
이달 초 동북부에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최근 시민권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개정안은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인도로 온 힌두교도, 불교도, 기독교도 등의 경우 불법 이민자 대우 대신 시민권을 주게 했다. 출신 국가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3개 나라로 제한했다.
하지만 야당 등은 무슬림이 포함되지 않은 이 개정안은 인도 헌법 이념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인도 헌법은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한다는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시위가 확산하면서 시위대 4명 이상이 경찰 발포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경찰이 뉴델리의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대에 진압해 최루탄을 쏘고 도서관 등에서 학생 수백명을 마구 폭행하기도 했다.
특히 인도 정부는 시위 대응 과정에서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통신망 제한 조치를 수시로 도입해 국내외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는 최근 동북부 지역 통신망을 일부 폐쇄한 데 이어 19일에는 뉴델리 일부 지역의 전화망까지 끊었다.
카슈미르 지역도 공공장소 집회·시위 금지 등 계엄령에 가까운 통제 조치가 도입됐다가 거의 해제됐지만 통신망은 여전히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아직도 카슈미르 일부 지역에서는 100일 넘게 인터넷망이 폐쇄돼 일상생활에 지장이 큰 상태라고 보도했다.
현지 디지털 관련 인권단체인 'SFLC.in'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인도 정부에 의해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된 것은 134회와 93회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우파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BJP)은 지난 5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이처럼 '국가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통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카슈미르는 자치권 박탈 조치로 인해 원주민이 누렸던 부동산 취득, 취업 관련 특혜를 잃었다.
동북부 아삼주에서도 이슬람계가 대부분인 현지 주민 190만명이 무국적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국가시민명부(NRC) 등록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다.
이 명부에는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한 1971년 3월 이전부터 아삼주에 거주했다는 것을 증명한 이들만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모디 정부의 '2인자'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은 "전국 곳곳의 불법 이민자를 철저하게 찾아내 국제법에 따라 쫓아낼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모디 총리가 인도의 뿌리 깊은 민주주의와 세속주의의 전통을 훼손하고 반대 목소리를 계속해서 밟아 뭉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밝혔다.
현재 인도 13억5천만명 인구 가운데 절대다수인 80%가 힌두교를 믿는다. 이슬람교도는 14%를 차지하며 기독교도의 비중은 2%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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