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통과해 하원 표결 앞둬…현재는 38% 수준 세계 5위권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가 기업 이사회의 여성 할당 비율을 4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2020년 예산법안에 이러한 세부 내용이 포함됐다.
핵심은 상장사 이사회의 여성 이사 비율을 기존 30%에서 40%로 높인다는 것이다. 현지에선 이른바 '핑크 쿼터'로도 불린다.
이 방안은 지난 16일 상원을 통과했으며, 이달 말께 하원 승은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보수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는 과거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여성의 사회 진출 비율이 크게 낮고 고위직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나라로 꼽혔다.
공공 영역은 국가의 정책적 노력으로 많이 개선됐지만, 민간 영역은 난공불락이었다.
대표적으로 2011년 당시 이탈리아 전체 민간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이사 수는 170여명으로 남성(약 2천700명)의 6%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해 여성 이사 30% 할당제가 시행되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당시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여성 이사 비율이 30% 문턱을 넘는 데 최소 50년이 걸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지만 불과 8년 만에 38% 수준에 도달하는 등 성과는 눈부셨다.
최근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여성 이사 비율은 스웨덴, 벨기에, 노르웨이,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5위권 수준이다.
이탈리아 주요 기업 상당수는 조직 내 성 평등을 정관에 명시했다.
2020년 예산법안에 담긴 이탈리아 정부의 새 목표는 지난 8년간 이뤄낸 성과의 여세를 몰아 민간경제 영역에서 여성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8년 전 민간기업 이사회 여성 할당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렐라 골포 전 의원은 "이제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다만,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여성 비율이 전체의 7%에 머무는 등 실질적인 성 평등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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