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해 대미 수입액 2천억달러 안 되는데 과연 가능한가"
미국 대신 다른 나라서 수입 줄일 경우 심각한 무역분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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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이 향후 2년간 총 2천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상품 등을 추가로 구입하기로 약속했지만, 이에 대한 의문과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이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앞으로 2년간 제조업, 에너지, 농업, 서비스 등 4개 분야에서 2천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서비스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입 총액이 1천880억 달러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것이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다.
중국이 약속을 지키려면 한해 1천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서비스를 추가 구매해야 하는데, 1년에 1천880억 달러 규모였던 수입 총액이 갑작스럽게 2천880억 달러로 늘어나는 것이 가능하냐는 문제 제기이다.
물론 2017년 중국이 전 세계에서 수입한 제품 등의 총액이 1조8천400억 달러에 달하므로 이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중국의 다른 교역 파트너들을 분노하게 만들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무역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특히 중국이 대폭적인 추가 구매를 약속한 농산물 분야에서 심각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국이 일으킨 무역전쟁에 대응해 지난 2년간 브라질, 호주, 아르헨티나, 독일, 뉴질랜드, 스페인 등으로 농산물 구매를 다원화했는데, 이번 무역합의를 지키려고 한다면 이를 다시 대폭 축소해야 한다.
브라질은 이번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으로 수출하는 자국산 농산물이 100억 달러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체 수출 농산물의 4분의 1을 중국에 수출하는 뉴질랜드도 이번 미·중 무역합의에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이 미국산 첨단기술 제품이나 중간재, 자동차 등의 수입을 대폭 늘릴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이들 분야에서 미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에너지 분야의 경우 중국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나 원유 수입을 대폭 늘린다고 하더라도 그 총액은 2년간 10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된다.
SCMP는 "2천억 달러어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추가 구매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은 수학적으로는 가능한 약속이지만, 세계 무역과 공급망에 대한 장기적인 충격을 생각한다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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