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명예회장 "보상요구 더 나올 수도"…문희상案에 반대
징용 피해자 "나는 거지 아니다…사죄 없는 돈 못 받는다" 반발
법안에 사죄 규정 없어…문희상 "일본의 사과 전제로 한 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일 양국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으로 징용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희상 한국 국회의장의 구상에 피해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2일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19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의 제안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그는 문 의장이 제안한 방식이 "전후 보상인 것 같다. 더욱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며 이같이 반응했다.
앞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보도를 보면 미무라 회장은 문 의장의 제안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의향이 표시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무라 회장은 대법원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한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日本製鐵, 닛폰세이테쓰)의 명예회장을 겸하고 있다.
미무라의 발언은 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기자회견을 한 자리에서 나온 것이지만 징용 문제를 대하는 피고 기업의 의사가 어느 정도 투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도된 내용에 비춰보면 미무라 회장이 보상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수 등을 거론한 것은 법안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 의사라기보다는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문턱을 높이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일본제철은 대법원이 명령한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를 연합뉴스가 질의하자 "1965년 일한 청구권협정에 기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당시(일제 강점기)의 일본제철은 우리 회사와는 별개의 회사였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같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문 의장은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고 한국과 일본의 기업·개인 기부금 등으로 재원을 조성해 일제 강점기 국외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담은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을 이달 18일 국회에 제출했다.
문 의장 외에 김진표(더불어민주당)·김세연(자유한국당) 등 여야 의원 13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함께 올렸다.
법안은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위자료의 성격을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국외강제동원이 되었던 기간 중에 있었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 피해에 상응하는 금전"이라고 규정했다.
징용 피해자가 재단으로부터 위자료를 받으면 재판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아울러 법안에 의하면 일본제철 등 대법원판결에 따라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는 기업이 재단에 기부금을 낼 수 있으나 이들 기업이 돈을 내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재단의 인건비와 경상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낼 수 있다.
법안 구상 단계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합의(2015년)에 따라 설립됐다가 해산한 화해치유재단의 잔액(약 60억원)도 재단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검토됐으나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 일본 정부를 특정한 규정은 없다.
정부·국제기구·기업·단체·개인이 출연금이나 기부금을 낼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일본 정부가 돈을 낼 가능성은 극히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
법안은 징용 문제에 관해 "사법적 절차"보다는 "민간 차원"의 아픔 치유와 화해 등으로 "시간·비용을 절약하는 등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런 방식으로는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징용 피해자이며 재판 원고 중 한 명인 양금덕 씨는 문 의장의 법안에 대해 '기부금이라는 것이 무슨 말이냐. 일본이 나를 무시하더라도 당신들(한국 국회의원)까지 나를 무시하느냐'며 '절대로 사죄 없는 그런 더러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씨는 '미쓰비시는 우리는 동물 취급하고 죽도록 일만 시켰다'며 '내가 지금 곤란하게 살아도 거지는 아니다. 내가 일본에 가서 당한 수모와 고통을 의원님들이 눈으로 안 봐서 전혀 모를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법안 조문에 일본 측의 사죄나 사과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다만 제안 취지에 "일본 정부의 반성·사죄의 뜻을 재확인"하며 한일 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도록 하겠다는 설명이 있다.
문 의장은 이와 관련해 "이 법안에 합의하면 배상을 전제로 화해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일본의 사과를 전제로 한 법"이라고 연합뉴스에 20일 의견을 밝혔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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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 피해자 "나는 거지 아니다…사죄 없는 돈 못 받는다" 반발
법안에 사죄 규정 없어…문희상 "일본의 사과 전제로 한 법"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한일 양국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으로 징용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희상 한국 국회의장의 구상에 피해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2일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19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의 제안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반응했다.
그는 문 의장이 제안한 방식이 "전후 보상인 것 같다. 더욱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며 이같이 반응했다.
앞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보도를 보면 미무라 회장은 문 의장의 제안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유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의향이 표시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무라 회장은 대법원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한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日本製鐵, 닛폰세이테쓰)의 명예회장을 겸하고 있다.
미무라의 발언은 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기자회견을 한 자리에서 나온 것이지만 징용 문제를 대하는 피고 기업의 의사가 어느 정도 투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도된 내용에 비춰보면 미무라 회장이 보상을 요구하는 피해자의 수 등을 거론한 것은 법안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 의사라기보다는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문턱을 높이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일본제철은 대법원이 명령한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는 이유를 연합뉴스가 질의하자 "1965년 일한 청구권협정에 기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당시(일제 강점기)의 일본제철은 우리 회사와는 별개의 회사였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같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문 의장은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고 한국과 일본의 기업·개인 기부금 등으로 재원을 조성해 일제 강점기 국외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담은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을 이달 18일 국회에 제출했다.
문 의장 외에 김진표(더불어민주당)·김세연(자유한국당) 등 여야 의원 13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함께 올렸다.
법안은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위자료의 성격을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국외강제동원이 되었던 기간 중에 있었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 피해에 상응하는 금전"이라고 규정했다.
징용 피해자가 재단으로부터 위자료를 받으면 재판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아울러 법안에 의하면 일본제철 등 대법원판결에 따라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는 기업이 재단에 기부금을 낼 수 있으나 이들 기업이 돈을 내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재단의 인건비와 경상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낼 수 있다.
법안 구상 단계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 합의(2015년)에 따라 설립됐다가 해산한 화해치유재단의 잔액(약 60억원)도 재단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검토됐으나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 일본 정부를 특정한 규정은 없다.
정부·국제기구·기업·단체·개인이 출연금이나 기부금을 낼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일본 정부가 돈을 낼 가능성은 극히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
법안은 징용 문제에 관해 "사법적 절차"보다는 "민간 차원"의 아픔 치유와 화해 등으로 "시간·비용을 절약하는 등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런 방식으로는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징용 피해자이며 재판 원고 중 한 명인 양금덕 씨는 문 의장의 법안에 대해 '기부금이라는 것이 무슨 말이냐. 일본이 나를 무시하더라도 당신들(한국 국회의원)까지 나를 무시하느냐'며 '절대로 사죄 없는 그런 더러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양 씨는 '미쓰비시는 우리는 동물 취급하고 죽도록 일만 시켰다'며 '내가 지금 곤란하게 살아도 거지는 아니다. 내가 일본에 가서 당한 수모와 고통을 의원님들이 눈으로 안 봐서 전혀 모를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법안 조문에 일본 측의 사죄나 사과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다만 제안 취지에 "일본 정부의 반성·사죄의 뜻을 재확인"하며 한일 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나가도록 하겠다는 설명이 있다.
문 의장은 이와 관련해 "이 법안에 합의하면 배상을 전제로 화해를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일본의 사과를 전제로 한 법"이라고 연합뉴스에 20일 의견을 밝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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