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일 정상과 연쇄 전화 접촉하며 北 탈선방지 시도
"매우 높은 대비태세, 모든 것 준비"…대북 공개 감시활동도 강화
美언론, 北동향 위성사진 공개…"당장은 군사옵션보다 대북제재 강화"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당국이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대비태세를 한층 높이며 대응책 모색에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극적 모멘텀 마련을 위해 이뤄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지난주 한국과 일본, 중국 방문길이 결국 북한의 무응답에 따라 '빈손'으로 막을 내리면서 미국의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까지 북한의 도발을 막으려는 외교적 노력과 도발 현실화시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투트랙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2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대북 대응 등을 논의했다.
비건 부장관의 아시아순방 기간 북미접촉이 불발된 가운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중국 및 일본 정상과 연쇄 접촉을 갖고 북한의 '성탄절 도발'을 막기 위해 국제공조 다지기를 통한 '톱다운 돌파구' 마련에 직접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이다.
특히 백악관이 이날 미일 정상 간 통화에 대해 '북한의 위협적 성명'이라는 표현을 이례적으로 명시한 것은 그만큼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을 향한 경고이자 북한이 '레드라인'을 밟을 시 '강력 대응'에 대한 명분 축적용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해법 등을 모색하기 위한 23일 한·중·일 정상회의 및 이를 계기로 한 한중 정상회담 등 연말 동북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한·중·일 3국 정상의 금주 외교전에도 시선을 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거론한 '성탄절 선물'이 장거리 미사일로 예상된다는 미 태평양공군 사령관의 전망이 지난 17일 제기된 가운데 미 NBC방송, CNN방송은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의 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 생산과 연관된 공장을 확장했다는 위성사진 결과 등을 보도했다.
증축된 공장 건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11월 ICBM급인 화성-15 이동 발사차량을 시찰한 시설과 연결된 곳으로, 미국 언론들은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내다봤다.
미 당국은 구체적 시점의 문제만 남았을 뿐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임박'했다고 보고 대응 채비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이다.
주말에는 미 공군 주력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등 군 당국도 공개적 대북 감시활동을 한층 강화하며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해법이 최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오늘 밤에라도 싸워서 승리할 준비를 하며 높은 대비태세 상태"라며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 모토를 재차 거론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언급에 대해 "우리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매우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화염과 분노' 시절 검토했던 군사옵션을 포함,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강경 대응 선회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국면에서 리스크가 큰 군사옵션을 당장 실행에 옮기기 보다는 우선 추가 제재 등 최대압박 전략 복원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도 "시간 단위로 북한의 행동을 추적하는 미국의 군·정보 당국자들은 임박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고위 외교당국자들과 군 지휘관들은 아마도 가장 심각한 위기의 사이클에 대비하고 있다"고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0017년 말 당시의 군사옵션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지만 재선 행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강력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원의 탄핵안 가결로 발목이 잡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최근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화염과 분노'식의 위협 재개와 대북 강경옵션 검토 가능성에 경고장을 날리며 대대적 견제 및 제동을 예고한 것도 운신의 폭을 좁히는 대목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북한과의 '크리스마스 위기'를 향해 위태롭게 달려가고 있다"며 "탄핵 상황을 고려할 때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하기 더 쉽다고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 석좌는 폴리티코에 "김정은은 아마도 트럼프가 국내적으로 몰리면서 (북한과의) 합의에 더 절박하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이 북한의 대미 셈법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이는 노동당 전원 회의에서 윤곽을 드러낼 북한의 '새로운 길'에 주목하며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연말 시한을 앞두고 22일(한국시간)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를 개최, '자위적 국방력' 강화방안을 논의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으나 대미 발언 수위를 조절한 듯한 모습도 보여 일각에서는 당장 북한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도발'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 20일 귀국길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반복하며 북한의 '성탄절 도발' 위협에 우회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으로 "한국에서 한 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협상 재개를 위한 신호를 계속 보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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