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인민의 정부' 약속한 존슨, 선거 직후 행보로는 부적절"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 러시아 정권과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러시아 정보기관 출신 억만장자의 향연에 참석해 뒷말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지난 12일 하원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다음 날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알렉산드르 레베데프가 베푼 호화파티에 다녀왔다.
KGB는 옛 소련에서 자국민과 외국인의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던 정보기관이나 비밀경찰 조직이다.
가디언은 파티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재 영국과 러시아의 민감한 관계를 고려할 때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때 탈퇴 여론을 부추기는 식으로 내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한 하원 정보보안위원회의 진상 조사 결과가 담긴 보고서의 공개를 이번 총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거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직접 부인하기도 했다.
레베데프는 젊은 시절 KGB 요원에 이어 마거릿 대처 총리가 영국 정부를 이끌던 시절에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그는 1990년대 냉전이 끝나자 스파이 역할을 그만두고 은행업을 시작했고 2009년 영국 일간지 이브닝스탠더드의 사주가 됐다.
레베데프는 자신이 사업가이자 언론사 사주일 뿐이며 파티는 자신의 환갑잔치였다고 항변했다.
나아가 그는 자신이 러시아에서 반쯤 반체제인사이고 공공연한 탄압의 피해자이며 독립언론인 노바야 가제타의 후원자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레베데프의 실제 모습은 이 같은 항변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레베데프는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림반도 병합에 지지를 보냈다. 그는 2017년 크림반도 합병을 옹호하는 언론 심포지엄을 개최해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의 강경노선을 앞장서 실천하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과 손발을 맞추기도 했다.
가디언은 이번 파티를 통해 러시아의 인맥 관리가 총리실에까지 침투할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이번 잔치에는 존슨 총리를 비롯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부부, 현재 이브닝스탠더드의 편집장을 맡는 조지 오스본 전 영국 재무부 장관, 가수 믹 재거, 영화배우 맷 스미스 등 정관계, 연예계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가디언은 "'인민의 정부'를 이끌겠다고 약속한 존슨 총리가 선거 승리 후 첫 공개행사에서 그런 배타적인 엘리트들과 어울리는 게 이상하다"며 레베데프가 다채로운 친구들을 끌어모은 동기와 관계없이 뒷말이 무성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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