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때 휴가' 혼쭐난 호주 총리 "그래도 석탄 감산은 안돼"

입력 2019-12-23 16:45  

'산불 때 휴가' 혼쭐난 호주 총리 "그래도 석탄 감산은 안돼"
최악의 산불 계기로 높아진 석탄산업 축소 여론에 "무모·일자리 파괴" 일축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극심한 산불 사태에도 하와이로 휴가를 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이번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석탄산업 감축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무모하다', '일자리를 파괴한다' 등의 단어를 동원해 거부했다고 AFP, 로이터가 23일 보도했다.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 내각은 글로벌 석탄발전이 사양길로 접어든 가운데서도 아직 호주에 이익이 되는 자국 석탄 산업을 맹렬하게 옹호해왔다. 호주 석탄 산업은 전세계 석탄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핵심 경합 선거구에서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모리슨 총리는 이날 아침 현지방송 '세븐네트워크' 등과의 인터뷰에서 "난 (석탄 등) 전통산업을 포기함으로써 수천 명의 호주인 일자리를 없애 버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무모하게 일자리를 파괴하며 경제를 망가뜨리는 일을 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산불 사태를 계기로 보다 환경친화적인 정책을 펴달라는 일각의 요청을 사실상 묵살했다.
모리슨 총리의 이날 언론과의 대대적인 인터뷰 공세는 자신의 하와이 휴가에 대한 정치적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가운데 나왔다.


벨기에 정도의 면적을 파괴할 만큼 큰 산불이 곳곳을 휩쓸고 있고, 주요 도시에 독한 연무가 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산불 대응을 진두지휘할 총리가 하와이로 휴가를 간 사실이 알려지며, 호주 국민들 사이에서는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모리슨 총리는 그러나 현지 언론과의 이날 회견에서 2030년까지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량을 호주가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임있게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책임있게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호주 최대 민영방송인 세븐네트워크에 말했다.
호주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6∼28% 감축해 2005년 수준 밑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환경운동가들은 이 같은 감축량은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호주의 국가적 탄소 배출은 중국 등 다른 주요 탄소배출국보다는 낮지만, 석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주의 화석연료 수출량은 전세계 탄소 배출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야당인 노동당 대표인 앤서니 알바네이지는 이례적 산불 사태에서 보듯 상황이 심각한데도 모리슨 총리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고집스럽게 궤도를 수정하려하지 않는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한편, 급박했던 산불 상황은 이날은 현저히 완화되긴 했지만, 지난 며칠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와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에서 소실된 가옥만 200채 가까이 에 달한다고 당국은 밝혔다
호주는 산불이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악명이 높지만, 과학자들은 기록적으로 적은 강우량과 41도가 넘는 역대급 고온, 강풍 등 기상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해 봄∼여름 산불 시즌을 역대 최악의 하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남반구인 호주는 12월이 여름철이고 봄은 이에 앞서 9월부터 시작된다.
호주에서는 이번 산불 시즌 동안 6명이 사망하고 5개주에서 370만헥타르(3만7천㎢)가 불탔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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