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전제군주제 국가인 오만에서 국왕의 병세가 악화해 50년 만의 왕위 계승이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슬람왕국 오만의 술탄인 카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79) 국왕(술탄)은 재발한 결장암을 치료하려고 최근 벨기에를 방문했다가 애초 예정인 내년 1월 말보다 이른 지난주에 귀국했다.
카부스 국왕은 1970년 영국의 도움을 받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뒤 오만을 49년 동안 통치하고 있다. 그는 슬하에 자녀는 없으며, 공개적으로 후계자를 지명하지도 않았으나 봉인된 봉투에 자신의 후계자를 적어 놓았다고 한다.
오만의 술탄국 기본법 6조에 따르면 왕실은 술탄이 공석이 된 지 사흘 내에 새로운 술탄을 골라야 한다.
왕족들이 새 술탄이 누가 될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방평의회, 최고법원 원장, 양대 협의기구의 수장들이 모여 술탄이 후계자를 적어 넣어둔 봉투를 열어 그 지명자를 새 국왕으로 지명한다.
술탄의 권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후계자의 이름을 담은 봉투는 술탄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봉인돼 철저히 기밀로 관리된다.
가디언은 똑같은 이름이 적힌 후계자 봉투가 두 개인데 두 번째 봉투가 카부스 국왕의 위중한 상태와 왕족들의 이견 때문에 개봉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봉투가 분실되거나 진위 확인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두 번째 봉투를 두는 까닭에 두 봉투 안에 든 후계자의 이름은 같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카부스 국왕의 통치 아래에서 오만은 '누구의 적도 아닌 모두의 친구'라는 기조를 내세워 대체로 중립국 위상을 유지하며 역내 중재자 역할을 떠안았다.
오만은 미국과 이란이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하는 데 중재자 역할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반군 후티의 협상도 오만에서 이뤄져왔다. 걸프 지역에서 카타르가 아랍에미레이트, 바레인, 사우디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는 과정에서도 오만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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