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에서 연이어 네 번째 총리 임기를 수행 중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두 번째로 오래 자리를 지킨 총리가 됐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11월 22일부터 총리직에 올라 이날까지 5천144일간 직함을 이어갔다.
콘라트 아데나워 전 총리가 재임한 기간을 하루 넘긴 셈이다. 아데나워 전 총리는 1949년 9월 15일부터 1963년 10월 15일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다.
메르켈 총리가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갖기 위해서는 2021년 12월 17일까지 재임해야 한다.
현재 역대 최장수 총리는 한때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린 헬무트 콜 전 총리다.
메르켈 총리와 같은 기독민주당 출신의 콜 전 총리는 5천869일간 재임했다.
콜 전 총리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급속히 전개된 통일 국면을 이끌며 통일의 산파 역할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말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다. 차기 총선은 2021년 10월 24일에 열린다.
메르켈이 최장수 총리가 될지는 차기 총선 이후 연정 구성 속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적 구도상 한 정당의 과반 득표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인 만큼, 차기 총선 이후 연정 구성을 통해 안정적인 정권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물론 현재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 사회민주당 간의 연정이 깨진다면 조기 총선이 실시될 수 있어, 메르켈 총리 역시 조기에 퇴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연정이 깨지더라도 기민·기사 연합이 연방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소수 정부를 선택한다면 메르켈 총리가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 기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독일 경제의 혼란을 무난히 수습했다.
독일 경제는 금융위기 극복 이후 올해 하강기를 겪기 전까지 호황을 누리며 유럽의 최대 경제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메르켈 총리는 중도보수적 성향인 기민당 소속이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연정 파트너인 중도진보성향의 사민당이 주장해온 탈원전 정책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는 등 진보적인 정책을 상당히 받아들였다.
메르켈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Most Powerful Women) 순위에서 올해까지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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