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소 아래는 새들의 무덤…인근 지역 재산가치 하락"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풍력발전은 매연을 뿜어내고 그 아래는 새들의 무덤이다. 발전기가 돌아가며 내는 소음은 암을 유발한다."
음모론자가 한 말이 아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에게서 나온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풍력발전을 상대로 또다시 공격을 퍼부었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내가 누구보다도 풍력발전기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아주 많이 알고 있다"고 운을 뗀 뒤 "(풍력발전기는) 매우 비싸다. 중국과 독일에서 주로 만들어지고 미국에서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풍력발전은) 엄청난 매연을 뿜어낸다. 연기가 대기로 뿜어져 나간다"면서 "탄소 배출량에 대해 얘기들 하는데 매연이 대기로 뿜어져 들어간다. 중국에서든 독일에서든 매연이 대기로 들어간다. 우리의 대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지구 온난화를 부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풍력발전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 왔다.
수년 전부터 스코틀랜드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 인근에 풍력발전소가 건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틈만 나면 풍력발전소가 환경과 미관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그가 단골로 내세운 논리는 풍력발전기로 인해 흰머리독수리 등 조류가 희생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에도 "캘리포니아에서 흰머리독수리를 사냥하면 감옥에서 10년을 지내야 할 것"이라며 "캘리포니아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많은 흰머리독수리를 죽일 것이다. 이는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흰머리독수리를 죽여서 감옥에 가는 건 그렇다 치자. 왜 풍력발전기가 조류 개체 수를 파괴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CNN은 "풍력발전기 터빈 때문에 수십만 마리의 새가 죽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독수리의 경우,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풍력발전기의 터빈에 의해 죽거나 다칠 뻔한 위험으로부터 보호한 흰머리독수리와 검독수리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풍력발전소 인근에 있는 건물의 재산 가치가 50% 하락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CNN은 지난 3월 팩트체크한 결과,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거나 건설 중인 지역 일부 건물의 가치가 하락하긴 했지만, 미국 내 풍력발전소로 인해 인근 지역 평균 재산 가치가 하락했다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구 결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CNN은 또한 풍력발전이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연구결과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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