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두고 의견차 여전…文대통령 "7월 이전 회복" 강조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일 간 무역갈등을 풀기 위해 한일 정상이 한자리에 마주 앉았지만, 애초 목표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라는 전향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못했다.
그래도 양국 정상이 수출을 둘러싼 갈등을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앞으로 통상당국 간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하면서 화해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는 일본의 수출규제였다.
일본은 7월 4일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그 사이 한일 양국은 각국의 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서로를 제외하는 등 대응 조치를 주고받았다.
점점 깊어지던 양국 간 갈등의 골은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직전 대화의 장을 열기로 일본과 합의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한일 통상당국은 16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3년 6개월 만에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재개했다.
당시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으나 양국 모두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혀 한일 정상회의에서 보다 진전된 내용이 나오리라는 기대가 생겼다.
또 한일 정상회의를 닷새 앞두고 일본이 규제 대상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의 수출규제를 소폭 완화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같은 기대는 더욱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예정됐던 시간을 15분 넘긴 45분간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이 취한 조치가 지난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돼야 한다"면서 아베 총리의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일본이 언제 수출규제를 풀지는 밝히지 않았다.
두 정상은 수출규제 해제 시점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날짜를 못 박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두 정상이 의견을 나눴지만 그 내용을 말할 수 없다"며 "구체적 내용은 향후 논의되고 협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를 끌어내지 못한 건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취한 근본적 원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인 만큼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가 어느 정도 풀려야 수출규제에 대한 입장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정상회의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만나 정상회담 의제와 수출규제·강제징용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강 장관은 모테기 외무상이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 측의 기존 주장을 언급하자 한국 입장을 들어 강하게 반박했다.
이처럼 양국 간 의견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화의 장을 계속 열어놓은 만큼 해결의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통상당국은 조만간 서울에서 8차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개최할 방침이다.
외교당국 역시 강제징용 판결 문제 해소를 위해 소통과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의에서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실무협의가 원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아베 총리와 함께 독려하자"면서 "이번 만남이 양국 국민에게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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