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박테리아 병원체가 면역체계의 자멸사 유도를 피해 숙주 세포 내에서 증식하는 메커니즘을 독일 쾰른대 과학자들이 규명했다.
이런 박테리아는 외부 막을 구성하는 다당류로 자멸사 유도 효소를 억제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실렸다.
24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쾰른대의 하미트 카스흐카어 분자 면역학 교수팀은 급성 장염을 일으키는 시겔라(Shigella) 박테리아 실험에서 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 세균은 외부 막의 구성 성분인 리포다당류(LPS)를 이용해, 자멸사 프로그램의 엔진 역할을 하는 카스파아제(효소)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그러나 LPS를 완전히 갖추지 못한 세균은 자멸사를 촉발해 세포 안에서 증식하지 못했고, 남은 세균도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됐다.
박테리아 병원체 중에는 우리 몸의 세포 안에 숨어 증식하는 전략으로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하는 게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렇게 세포 안에서 증식한 박테리아 병원체는 결국 해당 세포의 기능 이상을 유발하고, 주변 세포에 퍼져 조직 손상과 감염 질환을 일으킨다.
박테리아의 이런 전략에 인체는 '예정 세포사(programmed cell death)'로 맞선다. 세균에 감염된 세포가 스스로 죽게 '자멸사(apoptosis)'를 유도하는 것이다.
'예정 세포사'가 제대로 작동하면 몸 안에 침입한 병원균도 쉽게 증식하지 못한다.
이전의 연구에서 자멸사를 피해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병원균이 일부 발견됐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베일에 싸여 있던 세균의 세포 내 증식 전략이 이번에 쾰른대 연구진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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