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 확대 방안 빠진 내년 예산안 의회 통과하자 결심
오성운동 탈당 신당 창당설도…연정에 또다른 변수 '촉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교육부 장관이 교육재정 확대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내년도 예산안에 불만을 표출하며 사표를 던졌다.
26일(현지시간) ANSA·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로렌초 피오라몬티 교육장관은 지난 23일 주세페 콘테 총리 앞으로 사표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인 피오라몬티 장관은 지난 9월 중도좌파 성향 정당인 민주당과의 연립정부가 구성된 직후 내년도 예산안에 교육 재정이 30억유로(약 3조8천675억원)가량 추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2020년도 예산안이 23일 의회 동의 아래 확정되자 공언한 대로 사임의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사표를 낸 뒤 주변에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피오라몬티 장관은 예산안의 의회 의결 전에도 여러 차례 현 정부가 교육예산 증대에 관심이 없다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탈리아의 교육 예산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평균 5%(한국은 4.4%)에 한참 못 미친다. 공공 지출 대비 비율로 따지면 OECD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오라몬티 장관의 이탈은 여러 정책 사안을 두고 오성운동-민주당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연정에 또 하나의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락하는 지지율을 멈춰 세울 방책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오성운동의 무기력한 모습이 투영된 하나의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오성운동 소속 상원의원 3명이 최대 정적인 극우 정당 동맹으로 당적을 옮기는 일이 발생해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정계 일각에서는 피오라몬티 장관 역시 오성운동을 떠나 새로운 당을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피오라몬티 신당'이 현실화할 경우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민주당을 탈당해 만든 중도 성향의 이탈리아 비바(IV)와 함께 연정이 4당 체제로 재편된다. 그만큼 정책적 합의 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
피오라몬티 장관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당내에선 가장 적극적인 환경 보호론자로 꼽힌다.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개발 이슈를 내년 공립 초·중·고교의 의무 교육 과정에 포함한 것도 그의 공로다.
지난 9월에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를 앞두고 집회 참석 학생들을 결석 처리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통보문을 전국 일선 학교에 보내 화제가 됐다.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행보로 구설에 오르는 일도 잦았다.
문화·종교적 다양성을 이유로 일선 학교 교실에 걸린 십자가를 떼어내자고 제안해 우파와 종교계의 십자포화를 맞는가 하면 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모국어 시험을 선택하지 않도록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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