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칼럼서 "전직 관료의 대기업 재취업 가능성이 부자 영향력 키워"
"매우 부유한 이들은 정치적으로 우리와 달라…언론도 부자편"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거대 자본의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크루그먼 교수는 26일(현지시간) NYT에 기고한 '빅 머니와 미국의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민주당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이같이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부자들이 너무나 많은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워런 의원의 말이 맞을까"라고 자문한 뒤 "틀림없이 그렇다"고 단언했다.
그는 "여러분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매우 부유한 사람은 정치적으로 우리와 다르다는 점"이라면서 "소수의 저명한 진보적 억만장자들에 속지 말라. '슈퍼 부자'들은 매우 보수적이고, 감세에 집착하며, 환경과 금융 규제에 반대하며, 사회보장 프로그램 감축에 혈안이 돼 있다는 체계적인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알아야 할 두 번째는 대다수의 대중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부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종종 얻어낸다는 사실"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수의 공화당 지지층조차 반대하는 법인세 감면을 이뤄낸 일을 사례로 들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왜 소수의 부자들이 민주주의에 그렇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라고 운을 띄운 뒤 억만장자들이 정치인들에게 내는 선거운동 기부금이나 이들이 후원하는 싱크탱크와 로비단체는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설명하는 일부 요인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울하게도 (공화·민주)양당의 전직 관리들이 대형 은행과 대기업, 컨설팅회사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 됐다. 그런 재취업 가능성이 현직에 있는 동안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크루그먼 교수는 "정책 현안에 대한 언론 보도가 너무나 자주 부자들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디어의 취재 관행을 문제 삼았다.
크루그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고용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 가장 큰 이유는 재정 긴축이었다고 지적한 뒤 "재정적자에 집착하는 사람이 누굴까. 일반적인 유권자는 아니다"라며 부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실업률이 8%가 넘을 때조차 부자들은 재정적자를 일자리 부족보다 더 큰 문제로 인식한다"며 "그리고 뉴스 매체가 이런 우선순위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소수 유권자의 바람이 아니라 마치 그것이 유일한 책임있는 견해인 것처럼 다룬다"고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뉴스 매체가 워런 의원이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등 진보 성향 대선주자들의 견해를 진지하게 대중들에게 소개해야 한다며 "후보자들이 부자들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런 주제는 진지하게 논의될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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