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혐의로 인기 하락…집권 리쿠드당, 여론조사서 중도 청백당에 뒤져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의 장기 집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가 우파 리쿠드당의 대표 자리를 지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실시된 리쿠드당 대표 경선에서 72.5%의 높은 득표율로 기드온 사르(53) 의원을 제치고 승리했다.
이로써 네타냐후 총리는 당내 확고한 입지를 다시 확인하면서 집권당의 지휘봉을 계속 잡게 됐다.
이번 경선에서 패했다면 정치 인생이 벼랑 끝에 설 수도 있었지만, 일단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년 3월 2일 예정된 총선에서 리쿠드당을 승리로 이끌고 연립정부 구성에 성공하면 5선 고지에 오른다.
네타냐후 총리는 끈질긴 정치적 생명력을 보여줬지만, 아직 크게 웃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불과 두달여 앞둔 총선에서 리쿠드당이 승리할지 불투명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처음 총리에 올랐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1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
달변과 정력적인 이미지, 팔레스타인 분쟁 등 안보 분야의 강경정책을 앞세워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리쿠드당과 네타냐후 총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리쿠드당은 올해 4월 총선에서 35석으로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과 같았지만 9월 총선에서는 32석으로 청백당에 1석 뒤졌다.
최근 이스라엘 여론조사에서는 내년에 리쿠드당과 청백당의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달 10일 이스라엘 방송 채널13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총선이 다시 실시될 경우 청백당이 37석으로 최다 의석을 확보하고 리쿠드당은 33석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총선 때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는 요르단강 서안의 합병,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위협 등 안보 이슈를 부각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등에 업은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중동정책이 아랍계 유권자들의 반발을 샀고 적지 않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줬다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내년 3월 총선까지 국민의 지지도를 높일 묘책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리쿠드당이 총선에서 선전하더라도 네타냐후 총리에는 앞에는 난제가 놓여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의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청백당은 검찰에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와는 연정을 꾸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의 극우성향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은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모두 포함된 연정에만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네타냐후 총리의 흔들리는 위상은 비리 혐의와 맞물려 있다.
이스라엘 검찰은 지난달 21일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비리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를 기소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역사상 범죄 혐의로 기소된 첫 현직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리더십에 금이 갔다.
그는 수년간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일간 예디오트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이스라엘에서는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가 앞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연정 구성권을 갖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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