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진영 결속…美 군사대응 '한계선' 시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과 중국, 러시아 해군이 사상 처음으로 27일(현지시간) 3개국 해군 합동훈련을 나흘 일정으로 시작했다.
훈련 규모는 크다고 볼 수 없다. 중국 국방부는 유도 미사일을 장착한 052D형 구축함 시닝(西寧)을 보냈다. 러시아 해군은 소형 구축함 야로슬라프 무드리호와 급유함, 구조용 예인선을 파견했다.
그러나 이번 훈련의 군사·외교적 의미는 주목할 만하다.
이란군은 지난주 훈련 장소를 인도양 북부와 오만해의 공해상이라고 예고했다. 이 해역은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가장 첨예한 해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이어지는 곳이다.
군사 훈련의 장소를 통상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은 이를 훈련 전에 공개함으로써 미국을 위시한 적대 진영에 메시지를 분명히 보낸 셈이다.
미국은 5∼6월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유조선이 잇따라 공격당하자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곳의 안전한 항행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항공모함 전단을 조기 배치하고, '호르무즈 호위 연합'을 11월 공식 발족한 뒤 임무를 개시했다.
미국 진영의 군함이 이란군의 동태를 정밀 감시하면서 군사 도발에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하자 이란도 반미 진영의 대표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와 손잡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위력시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합동훈련이 벌어지는 공해가 자국 안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중국과 러시아도 지정학적으로 가장 예민한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획된 군사훈련에 참여함으로써 미국 진영과 '해양 군사 대치'를 형성했다.
시리아 내전으로 중동에 이미 군사 개입한 러시아는 이번 훈련을 계기로 미국과 전선을 국제 교역·에너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장했다.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를 동원한 미국의 '고사 작전'에 직면한 이란으로서는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과 군사적 우호를 과시함으로써 고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해군의 골람레자 타허니 소장은 이날 "이번 훈련의 최고의 성과는 이란이 고립될 수 없다는 점을 대외에 알린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의 군사 전문가 쑹중핑(宋忠平)도 "미국이 이란에 일방적인 군사 행동을 전개하거나 더 압력을 가하지 못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합동훈련이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후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지지한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개월간 진행된 긴장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이란이 미국의 '군사대응 한계선'을 시험해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불상의 공격을 받은 이후 미국 무인기 격추(6월19일)와 영국 유조선 나포(7월20일) 등 이란 혁명수비대의 무력 행위가 벌어졌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유전(8월17일)과 핵심 석유시설 피격(9월14일), 최근 두 달간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에 대한 잇따른 로켓포 공격과 같이 이란은 부인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소행이라고 확신하는 사건이 잇달았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란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실제 군사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특히 사우디 산유량 절반에 일시적으로 타격을 준 9월 핵심 석유시설 피격에 미국이 사실상 아무런 반격을 가하지 않았던 점은 이란이 독자적 대비를 넘어 중국과 러시아와 합동훈련을 할 만큼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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