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원장 "브렉시트 협상시간 촉박…전환기간 연기 필요"

입력 2019-12-28 21:42  

EU집행위원장 "브렉시트 협상시간 촉박…전환기간 연기 필요"
미국의 '노르트 스트림 2' 참여 기업 제재 방침에 반대
EU 국가의 화웨이 사용 논란 관련 "도청위험 시 못 받아들여"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사실상의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의 연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독일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협상 시한이 매우 촉박해 걱정"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타결지어야 할 협상은 무역 부분뿐만이 아니다"라며 "안보와 어업권도 협상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합의 없이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적용할 국제적인 규정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같은 날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도 "단기간에 협상이 가능한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브렉시트 전환기간의 연장 필요성을 주장했다.
영국은 지난 12일 총선에서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데 이어 존슨 총리가 내놓은 EU 탈퇴협정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해 예정대로 내년 1월 31일 브렉시트를 단행할 전망이다.
이 법안에는 내년 말까지로 설정된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EU와 영국은 전환기간에 자유무역협정(FTA), 외교·안보, 이민 문제 등 미래관계에 대해 협상을 한다.
이 협상은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지난 3년여간 진통을 거듭한 영국의 탈퇴 조건 협상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에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영국이 사실상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게 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브렉시트 드라마는 이미 EU를 떠나고 싶어하는 포퓰리스트들에게 쓴 교훈을 줬다"면서 "지난 5년간 국제적인 상황은 홀로 남으려는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EU는 계속 가야 한다. 브렉시트는 많은 정치적 힘을 비용으로 치렀다"고 주장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국이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노르트 스트림 2' 천연가스관 건설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을 제재하는 내용을 국방수권법에 포함한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EU 집행위는 동부 회원국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노르트 스트림 2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력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스관 사업은 정치적 관점을 갖고 있고, EU 집행위는 이를 동유럽 회원국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EU와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데 대해 "우리는 어떤 측면에서 미국과 다툼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과 같은 편"이라며 유럽과 미국은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럽과 미국 간의 무역 분쟁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발생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의 5세대(5G) 통신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중국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는 문제와 관련, "EU의 기본적인 기준을 만들기를 원한다"면서 "매우 민감한 기술을 우리에게 공급하는 기업이 데이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자국 정부에 강요당하지 않고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집약적으로 대화해야 한다"면서 "시민과 기업 데이터가 도청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우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면서 유럽의 동맹국 등을 상대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배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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