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불가침 조약' 놓고 푸틴은 옹호…폴란드 등 피해국가는 비판해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역할 문제와 관련해 폴란드를 비난하자 폴란드가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28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외무부는 전날 러시아 대사를 불러 최근 푸틴 대통령이 나치 시대 당시 폴란드와 관련해 잇달아 비판적인 발언을 한 데 대해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4일 러시아 국방부 회의에서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 주독 폴란드 대사가 반유대주의적 관점에서 아돌프 히틀러에 완전히 연대를 표시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주독 폴란드 대사를 "반유대주의 돼지"라고 비난했다.
그는 다른 회의에서도 2차 대전 당시 폴란드의 역할을 깎아내렸다.
이에 폴란드 외무부는 "폴란드는 1939년 9월 당시 소련에 의해 지지를 받은 나치에 저항해 레지스탕스 활동을 전개한 첫 번째 국가"라고 반박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또 "독일 침략의 결과는 유대인 300만 명을 포함해 600만 명에 가까운 폴란드 시민에 대한 살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당시 유럽의 평화를 파괴하는 데 소련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축소하려고 한다"면서 "소련은 1939년∼1941년 나치 독일의 동맹국이었다"고 비판했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기 직전 독일과 소련은 '독소 불가침' 조약으로 불리는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은 양국이 동유럽을 분할 점령하는 내용이다.
당시 폴란드군이 독일군의 침공에 패퇴하면서 방어 전선을 구축하는 사이 소련군은 폴란드 동부지역을 침공해 결국 폴란드군은 루마니아로 후퇴했다.
당시 소련은 루마니아의 영토 일부도 할양받았고, 발트 3국을 흡수했다.
소련은 폴란드로부터 점령한 영토를 2차 대전 이후 연방 소속이던 벨라루스 등에 할양했다.
독소 불가침 조약으로 피해를 본 국가들은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발트 3국은 지난 8월 23일 독소 불가침 조약 체결 80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내고 소련의 스탈린 시대와 나치 시대에 유럽에서 저질러진 범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는 독소 불가침 조약을 소련에 대한 나치 독일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옹호해왔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