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경비 절감과 방위 프로젝트 자금 확보를 위해 극빈층 예산 절반을 삭감하려 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EU 기관들은 최근 향후 7년간의 장기 재정 기본계획을 마련 중인데, 브렉시트가 이러한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2020년까지인 현행 장기 예산에는 회원국의 극빈층에 대한 식품과 의류, 신발, 샴푸 등 기본 물품 공급을 돕기 위한 유럽 원조기금으로 38억 유로(약 4조9천186억원)가 포함됐다.
EU는 오는 2021~2027년 예산안에선 이 같은 전용기금 없이 식품과 기본 물품 지원 총액으로 최소한 20억 유로(약 2조5천887억원)의 납부가 필요하다고 회원들에 제시했다.
EU 집행위는 자체 제시한 최소한의 지원 총액의 2배를 회원국이 할당해 주기를 바란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반드시 납부해야 할 의무는 없다.
가디언은 EU 집행위의 이러한 움직임이 비판을 받고 있다며 예산안이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사회 안전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는 자크 밴던슈리크 유럽푸드뱅크연맹 의장의 말을 전했다.
밴던슈리크 의장은 "극빈층을 위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들이 지금 받는 음식의 절반이나 60%만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렉시트는 여러 논쟁 중의 하나"라며 "다른 이유는 유럽 방위 강화에 대한 필요성일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그는 극빈층에 대한 예산 축소는 건강과 사회 응집력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며 특히 동유럽 회원국 극빈층이 가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더 강력한 EU의 군사적 독립을 강조한 이후 조사와 투자 조율을 위한 방위기금으로 130억 유로의 예산을 세우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 EU에서는 인구의 6.6%에 해당하는 약 3천310만명이 기본 물품의 심각한 부족 현상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집행위 대변인은 회원국에 극빈층에 대한 40억 유로의 지출 목표를 충당할 수 있도록 권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위 대변인은 "영향 조사를 거쳐 집행위는 유럽 원조기금을 새로운 사회기금과 2021~2027년 예산으로 합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이는 2개 자금의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앞서 집행위가 기본 물품 부족에 대처하고자 사회기금과 예산안을 더해 EU 차원의 목표치를 회원국에 제시했다며 "이는 현재의 극빈층 예산과 비슷하다는 점을 의미할 것"이라고 신문에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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