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반이란 시위 흐름 반전될 수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이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카타이브-헤즈볼라를 폭격한 군사 작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31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열렸다고 현지 언론과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천명 규모의 시위대는 폭격으로 사망한 카타이브-헤즈볼라 조직원의 장례식을 치른 뒤 반미 구호를 외치면서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에 진입하려고 했다.
일부 시위대는 대사관 주변의 감시 카메라를 부수고 공관 안으로 물병을 던졌으며, 시위대의 위세에 대사관 경비병이 내부로 몸을 피하기도했다.
시위대는 대사관 외벽에 카타이브-헤즈볼라의 깃발을 내걸고 성조기를 불태웠다.
AP통신은 시위대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 구호는 이란에서 열리는 반미 시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AFP통신은 "시위대는 의회가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도록 명령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이 몰아내겠다고 주장했다"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대사를 비롯해 외교관과 직원 등 대사관 인력이 시위를 피해 대사관을 비웠다고 전했다.
이들은 카타이브-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민과 조직원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은 27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키르쿠크의 군기지에 로켓포 30여발이 떨어져 미국 민간인 1명이 죽고 미군이 다치자 이 공격의 배후를 카타이브-헤즈볼라로 지목하고 29일 이 조직의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지대 기지 5곳을 전투기로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이 조직의 고위 인사 4명 등 25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라는 글을 올려 미국인이 죽은 로켓포 공격의 주체를 이란으로 규정했다.
이어 미군의 폭격과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등 중동의 친미 국가 지도자와 통화해 이란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번 폭격으로 이라크에서 석 달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기류도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반정부 시위는 대체로 이란에 우호적인 현 정부의 실정과 무능, 부패를 규탄하고 이란의 내정간섭을 반대한다는 흐름이었던 터라 정부를 지지하는 친이란 세력은 전면으로 나서지 못한 채 수세적이었다.
시아파 민병대가 반정부 시위대에 총을 쏘고 구타하는 등 공격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미국의 폭격으로 시아파 민병대 등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은 이런 분위기를 반전할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시아파 민병대가 사조직이 아니라 이라크 정부 산하의 공권력인 만큼 이라크 정부가 반대했는데도 이라크 영토 안에서 군사작전을 강행한 미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라크 정부도 미국의 이번 공격이 주권 침해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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