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친환경 해운' 원년…저유황 연료사용 의무화됐다

입력 2020-01-02 10:33  

글로벌 '친환경 해운' 원년…저유황 연료사용 의무화됐다
'IMO 2020' 환경규제 시행 …정유·조선 연쇄 파장일 듯
선박연료유 황함유량 3.5%→0.5%…"항공료까지 인상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새해를 맞아 지난 1일부터 세계 모든 해운업 선박에 저유황 연료유만 쓰도록 강제하는 국제해사기구(IMO) 규제가 시행에 들어갔다.
이른바 'IMO 2020' 규제는 지난 10년 이상 기획을 거쳐 본격적으로 도입됐으며 모든 해운사는 위반 시 벌금을 내야 한다.
강화된 환경규제 대응에 따라 글로벌 선사의 운명이 뒤바뀌고 나아가 정유사도 그동안 해운업에 쓰이던 벙커C유 대신 저유황유를 공급하며 조선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건조하는 등 산업계의 커다란 연쇄효과가 예상된다.
일간 가디언은 이날 이번 환경규제 시행이 대기오염을 줄이고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을 주며 심지어 비행 요금까지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기택 IMO 사무총장은 신문에 "지난 3년간 회원국, 해운업, 연료유 공급업계가 이런 거대한 변화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시행은 순조로울 것으로 본다"면서 "보건과 환경에 긍정적 영향이 매우 큰 중대한 변화"라고 말했다. IMO는 174개 회원국에,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다.
새 규제는 유황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선박연료유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했다. 유황은 산성비를 일으키고 미세먼지를 배출해 대기를 오염시킨다.
이번 규제는 기후변화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지만 업체들이 연료유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유황 연료는 일반적으로 탄소 함유량도 높기 때문이다.
단, 청정연료로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 상승이 뒤따른다.
국제해운회의소(ICS)에 따르면 선박연료유 t당 가격이 현재 400달러(약 46만원)에서 600달러(약 69만원)로 뛸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해운 운임 비용은 제조업과 운수업 공급망으로 전가될 수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인 우드 매켄지는 비용 충격이 해운업 너머로 확산할 수 있다면서 "해상 벙커유의 유황 배출을 제한한 데 따른 연쇄효과 때문에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2020년 비행기 티켓값이 더 비싸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IMO는 새 규제 시행으로 선박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이 77% 감소해 해마다 850만t을 감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선박 연료유는 오랫동안 화석연료 가운데 가솔린이나 항공유같이 고급 정제유로 쓰기에 부적합한 값싼 원유를 사용해 왔다.
선박 엔진도 이런 저질 연료에 맞게 고안됐고 지상에서 멀리 떨어져 바다에서 배출가스를 뱉어내 눈에 잘 띄지 않는 관계로 대체로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아 왔다.
그러나 세계화로 해운업이 급성장하고 이런 오염의 파괴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해운업은 2017년 하루당 연료유 380만t 정도를 소비했는데 이는 글로벌 연료유 수요의 절반에 해당한다.
해운업의 탄소 배출은 글로벌 전체 배출량의 3% 정도이지만 이번 세기 중반에는 17%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저질 고유황 연료유의 대체재는 좀 더 값이 비싸기는 해도 갈수록 구하기는 쉬워지고 있다.
LNG도 화석연료지만 보다 깨끗하고 관련 인프라도 더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연료 또한 대안의 하나로 모색되는데, 한 크루즈 선사는 물고기 내장을 연료로 쓰고 있다.
수소 연료를 암모니아 형태로 선박 엔진에 쓰는 방안도 가능성 있게 검토되고 있다.



선박들은 황산화물 제거장치인 '스크러버'를 설치할 수 있다. 다만, 투자 비용이 큰 데다 일부 황산화물은 배출수로 처리돼 바다로 방출될 수 있다.
항구들도 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아 일부는 유황 함유량 규제를 보다 엄격히 적용하기도 한다.
기후변화 활동가들은 해운업계도 탄소 배출 감축에 더 과감하게 도전하길 원한다. 이에 따라 IMO는 오는 3월 말과 4월 초 런던에서 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IMO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장기 목표를 갖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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