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딸 둔 영국엄마가 키프로스 관광 '보이콧' 촉구한 까닭은

입력 2020-01-02 11:58  

십대 딸 둔 영국엄마가 키프로스 관광 '보이콧' 촉구한 까닭은
딸 '집단 성폭행 피해' 무고판결에 "키프로스 위험, 사법체계 불신"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올해 대학 진학을 목전에 둔 십대 딸이 키프로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지 재판에서 지난달 30일 오히려 무고 유죄 판결을 받자 이에 반발한 영국 엄마가 지중해 섬나라인 키프로스 관광 보이콧을 촉구하고 나섰다.
2일 일간 가디언, 더타임스 등 영국언론에 따르면 법률 문제상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이 엄마는 BBC 라디오4와 인터뷰에서 사건이 난 키프로스의 '아이야 나파' 리조트 타운이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곳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 뭔가 일어난 사건을 가서 보고해도 비웃음을 당하거나 최악의 경우 내 딸의 경우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19세 딸은 아이야 나파의 호텔 방에서 지난 7월 17일 이스라엘 관광객 최대 12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딸이 오히려 무고로 기소되고 그 사건으로 체포됐던 12명의 젊은 남자들(15∼20세)은 풀려났다. 딸이 사건 열흘 후 자신의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다
딸의 엄마와 변호인은 딸이 사건 후 충격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받았으나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 상태라면서 재판정이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엄마는 딸이 PTSD 때문에 환청에 시달리고 하루에 잠을 20시간이나 자는 등 과다수면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이 외국 사람들의 말만 들으면 사건이 상기돼 발작 증세를 일으키기 때문에 빨리 키프로스에서 영국에 데려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딸이 올해 대학에 진학하고 한 연구소에서 장학금도 받게 됐지만 이번에 무고 판결 때문에 계획을 다 재고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딸이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살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딱한 사연을 들은 영국에선 키프로스 관광 보이콧 움직임과 함께 모녀의 항소심 법률 소송을 대표하는 영국 변호사 존 홉스에 의해 크라우드 펀딩이 전개돼 현재 모금액이 8만파운드(1억2천200만원)를 넘어선 상태다.
딸의 엄마는 영국 외교장관도 나서서 개입해 달라고 호소했으며 영국 외교부도 키프로스 당국에 '깊이 우려되는 사건'이라면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키프로스 정부는 자국 사법체제에 완전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키프로스 검찰총장은 구랍 31일 관련 재판을 유예할 수 없었다면서 딸이 경찰의 강요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 수사관들에게 중대한 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키프로스 사건 담당판사인 미칼리스 파파타나시우는 해당 여성이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이스라엘인 일부의 휴대폰에 영상으로 담긴 사실을 알고 수치심을 느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십대는 1개월 동안 키프로스에 수감된 후 8월 말부터 보석 상태에 있으며 오는 7일 재판결과에 따라 최대 1년형과 벌금 1천700유로(220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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