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1천900㎞ 길이 가스관 건설…EU 수요 10% 담당할듯
러시아 자원 의존도 낮추고 갈등 관계 터키 겨냥한 다목적 포석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동부 지중해를 관통하는 해저 가스관 건설 사업이 닻을 올렸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와 이스라엘, 키프로스 정상은 2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이스트메드'(EastMed) 사업에 공식 서명했다.
이 사업은 이스라엘의 레비아단 해상 가스전(田)에서부터 키프로스를 거쳐 그리스 본토까지 1천900㎞ 길이의 해저 가스관을 건설하는 것이다. 2027년 완공 예정이며, 총사업비는 60억달러 규모다.
이 가스관은 차후 이탈리아까지 연장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이를 통해 역내 천연가스 수요량의 10%가 충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왔다. 러시아에 대한 EU의 자원 의존성을 낮추는 게 전략적 안보 관점에서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자원 수출국으로의 위상을 강화할 기회로 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리스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지역 안정을 위한 중대 동맹을 구축하고 이스라엘을 에너지 강국으로 탈바꿈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이번 사업으로 터키와의 불편한 관계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리스·키프로스는 키프로스섬 연안 대륙붕 자원 개발을 놓고 터키와 갈등을 빚고 있다.
터키는 최근 키프로스가 연안 대륙붕에 대한 자원 개발에 착수하자 북키프로스도 동등한 권리가 있다며 키프로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선포 해역에 시추선을 보내 그리스·EU 등과 갈등을 초래했다.
1960년 영국에서 독립한 키프로스는 친(親) 그리스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세운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과 터키에 의해 보호국화한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으로 나뉘어있다.
터키는 지난달 27일 리비아 당국과 그리스의 EEZ과 겹치는 수역이 포함된 EEZ 협정을 일방적으로 체결해 그리스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이스라엘 역시 중동 문제를 두고 수시로 충돌하는 터키의 앙숙이다.
터키로선 자국을 고립시키고자 주변 3개국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시도로 이 사업을 해석할 여지가 있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자국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이스트메드 사업을 두고 "관련 당사국과 EU가 터키의 불법적 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실상 터키를 겨냥한 지정학적 전략이 깔려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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