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이스라엘·키프로스, 동부 지중해 가스관 건설 서명(종합)

입력 2020-01-03 20:10   수정 2020-01-03 21:32

그리스·이스라엘·키프로스, 동부 지중해 가스관 건설 서명(종합)
2025년까지 1천900㎞ 길이 가스관 건설…EU 수요 10% 담당할 듯
러시아 자원 의존도 낮추고 갈등 관계 터키 겨냥한 다목적 포석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동부 지중해를 관통하는 해저 가스관 건설 사업이 닻을 올렸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와 이스라엘, 키프로스 정상은 2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이스트메드'(EastMed) 사업에 공식 서명했다.
이 사업은 이스라엘의 레비아단 해상 가스전(田)에서부터 키프로스를 거쳐 그리스 본토까지 1천900㎞ 길이의 해저 가스관을 건설하는 것이다.
총 사업비 60∼70억달러 규모로, 2025년까지 완공 예정이다.
이 가스관이 완공되면 연간 평균 10억㎥의 천연가스를 유럽연합(EU)으로 실어나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EU 연 소비량의 10%에 해당한다.

EU는 향후 이 가스관을 이탈리아까지 연장한 뒤 역내 천연가스 공급 네트워크와 연결시킬 방침이다.
미국 역시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왔다. 러시아에 대한 EU의 자원 의존성을 낮추는 게 전략적 안보 관점에서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자원 수출국으로의 위상을 강화할 기회로 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리스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업이 지역 안정을 위한 중대 동맹을 구축하고 이스라엘을 에너지 강국으로 탈바꿈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이번 사업으로 터키와의 불편한 관계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리스·키프로스는 키프로스섬 연안 대륙붕 자원 개발을 놓고 터키와 갈등을 빚고 있다.
터키는 최근 키프로스가 연안 대륙붕에 대한 자원 개발에 착수하자 북키프로스도 동등한 권리가 있다며 키프로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선포 해역에 시추선을 보내 그리스·EU 등과 갈등을 초래했다.
1960년 영국에서 독립한 키프로스는 친(親) 그리스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세운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과 터키에 의해 보호국화한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으로 나뉘어있다.
터키는 지난달 27일 리비아 당국과 그리스의 EEZ과 겹치는 수역이 포함된 EEZ 협정을 일방적으로 체결해 그리스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이스라엘 역시 중동 문제를 두고 수시로 충돌하는 터키의 앙숙이다.
터키로선 자국을 고립시키고자 주변 3개국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시도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터키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동지중해에서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할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루트는 터키"라며 이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그러면서 터키와 북키프로스의 자원 개발 권리를 무시하는 어떤 프로젝트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터키는 러시아 카스피해에서 터키를 가로질러 그리스,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트란스-아나톨리안' 가스관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지중해 추가 가스관 건설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사업에 참여하는 세 나라는 이스트메드 프로젝트가 특정 국가, 특히 터키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이 사업은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동지중해 지역의 평화와 안보, 안정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에너지부 장관도 "터키가 사업 참여를 희망한다면 문은 열려 있다. 우리는 터키와도 에너지 협력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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