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시리아·레바논 친이란 세력 대미 총공세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공습에 폭사한 데 대해 이란이 가혹하게 보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오전 긴급 성명을 통해 "그의 순교는 그의 끊임없는 평생의 헌신에 대한 신의 보상이다"라며 "그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순교자 솔레이마니 장군은 전장에서 세계의 악마들을 상대로 평생 용감하게 지하드(이슬람성전)를 수행했다"라며 "위대한 장군을 보내는 일은 어렵지만, 살인자들을 좌절케 하는 그의 정신과 승리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최고지도자는 사흘간 추모 기간을 선포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솔레이마니 장군의 암살로 이란은 더 단호하게 미국에 대응하게 됐다"라며 "위대한 국가 이란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범죄를 보복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에서 미군의 폭격에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혁명수비대는 긴급 성명에서 "대체 불가한 우리의 영웅 솔레이마니 장군이 바그다드 공항 부근에 대한 침략자 미군과 테러리스트의 공습 뒤 사망했다"라고 발표했다.
라메잔 샤리프 혁명수비대 대변인은 "혁명수비대와 이란, 전 세계 이슬람국가의 혁명 전선은 순교자의 피를 보복하겠다"라며 "미국과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기쁨은 울음바다로 바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란뿐 아니라 이란을 중심으로 한 이라크와 레바논, 시리아 등 이른바 '시아파 벨트'도 대미 항전의 각오를 다졌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실상 총지휘관이었던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PMF)는 3일 낸 성명에서 "적들은 솔레이마니 장군과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PMF 부사령관) 장군의 죽음에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PMF 산하의 친이란 민병대 산하의 무장조직 아사이브 아흘 알하크(AAH)를 이끄는 카이스 알카잘리는 3일 낸 친필 성명을 통해 "모든 저항 전사는 준비태세를 갖추라. 정복이 임박했고 승리가 우리를 기다린다"라며 대미 항전을 촉구했다.
이어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때까지 우리는 싸울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라크 의회의 최대 정파 알사이룬을 이끄는 강경한 반외세 종교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도 3일 트위터에 "전사들이여, 마흐디군(평화여단·알사드르가 이끄는 군사조직)이여, 준비하라"라며 미국에 대한 무장 투쟁을 지시했다.
이라크에서 정규군에 맞먹는 강력한 군사조직인 PMF가 무력 보복을 선언하면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에 살해된 여파가 이란과 정치·군사·안보 분야에서 긴밀히 연결된 이라크의 불안으로 번질 우려가 커진 셈이다.
이라크 총리실은 "정규군으로 공인된 시아파 민병대의 사령관(알무한디스)을 암살한 것은 이라크에 대한 침략이다"라며 "미군의 폭격이 이라크에서 벌어질 파괴적인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라고 비판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도 3일 "살인마 미국은 이번에 저지른 크나큰 범죄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의 범죄를 보복해 응당한 책임을 묻겠다"라고 발표했다.
이란 정부가 지원하는 시리아 외무부 관계자는 자국 사나 통신에 "시리아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살해한 미국의 기만적이고 범죄적인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다"라며 "이 공격으로 긴장이 심각하게 고조했고 이는 미국의 책임이다"라고 규탄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