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솔레이마니 공항 도착하자 드론 공격…임기표적 방식 작전"

입력 2020-01-04 04:17  

"美, 솔레이마니 공항 도착하자 드론 공격…임기표적 방식 작전"
트럼프, 미국인 포격사망 후 작전 승인…정보력 동원해 동선 파악
미국인 대상 추가공격 정보에 선제타격…트럼프, 공습시간에 아이스크림 만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것은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미국인 사망사건이 발생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의 오랜 동선 추적 대상이던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한다는 정보를 미리 캐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드론을 이용한 공격이 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당시 공화당 의원 등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만찬 중이었다고 한다.


3일(현지시간) CNN방송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피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이번 공습을 승인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이란과 대리군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수십차례 공격을 했음에도 군사적으로 자제했지만 미국인의 포격 사망으로 상황이 절정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민이 공격당했을 때 무력 대응에 나서겠다며 레드라인을 정해놨는데, 이란이 이 선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도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인 사망자가 발생한 후 솔레이마니 공습을 위한 극비 임무가 가동됐고, 특수작전 부대가 며칠간 공습할 기회를 찾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솔레이마니가 이라크를 방문한다는 정보를 얻었는데, 이 작전이 성공할지는 술레이마니가 실제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한 당국자는 "만약 솔레이마니가 이라크 관리를 만났다면 공습은 취소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와 주변에 있는 미국인들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이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얻은 것이 공습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수백명은 아니더라도 미국인 수십명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했을 것"이라며 "많은 무슬림과 이라크인, 다른 나라의 국민도 살해됐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경우의 위험은 엄청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이란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선제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CNN은 미 행정부가 솔레이마니가 여러 국가에서 미국 요원을 포함해 미국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도 "솔레이마니는 이라크 등의 미국 외교관과 군인을 공격하는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있었다"며 이번 공습이 향후 이란의 계획을 제지하기 위한 '결정적 방어조치'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솔레이마니는 이곳 워싱턴DC에서의 공격을 조직하려 했다.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CNN은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작전이 '임기 표적'(Target Of Opportunity) 방식으로 수행됐다고 전했다. 임기표적이란 사전에 정해둔 '계획 표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드러난 긴급 표적을 의미한다.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봐가며 공격을 감행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솔레이마니의 위치 추적은 특히 그가 이라크에 있을 때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 당국의 오랜 우선순위가 돼 왔다고 한다고 한다. 또 이번 공습 준비에는 비밀 정보원, 전자 도청, 정찰기, 다른 감시 도구들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은 드론을 통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MQ-9 리퍼 드론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또 2007년 1월 미국 특수부대가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파악했지만 사격을 보류한 적이 있다고 전하며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도 검토하다 이란과 전쟁 우려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동선이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공개적 행보를 마다하지 않은 솔레이마니의 특성도 공습의 빌미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 미국 관리는 솔레이마니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했다며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의 이미지에 집착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또다른 관리는 솔레이마니는 마치 자신이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다녔다고 말했고, 한 전직 사령관은 북부 이라크 아르빌에서 솔레이마니의 비행기 옆에 자신의 군용 제트기를 세워놓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공습 당시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친구들에 둘러싸여 아이스크림과 고기구이 등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2017년 봄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명령한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며 식사를 했던 것과 오버랩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이번에도 사전에 공습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 의원은 사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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