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정권의 살인?…5년 전 아르헨 검사 의문사 재조명

입력 2020-01-0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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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정권의 살인?…5년 전 아르헨 검사 의문사 재조명
넷플릭스 다큐 계기로 다시 주목…페르난데스 대통령 입장 변화 논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5년 전 아르헨티나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검사의 의문스러운 죽음이 다시 아르헨티나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당시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다시 대통령궁에 입성한 것과 맞물려 넷플릭스가 최근 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공개한 것이 그 계기가 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첫 공개된 영국 감독 저스틴 웹스터의 다큐멘터리 '니스만: 검찰과 대통령, 그리고 스파이'는 2015년 1월 18일 알베르토 니스만 검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순간에서 시작된다.
니스만 검사는 1994년 7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85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르헨티나-유대인 친선협회(AMIA) 폭탄 테러 사건을 조사하던 특별검사였다.
그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인터폴을 통해 이란 당국자들을 수배했다.
사망하기 직전 니스만 검사는 페르난데스 당시 대통령과 정권 인사들이 이란과의 교역 정상화를 위해 이란 정부와 용의자 사면을 협상하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관련 의혹을 의회에서 증언하기로 했던 그는 의회 출석을 하루 앞두고 아파트 욕실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했다. 시신 옆에는 니스만 검사의 권총이 놓여 있었다.
사건 초기 아르헨티나 수사당국은 시신에서 반항의 흔적이 없고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총격이 가해졌다는 점 등을 들어 자살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유족을 중심으로 타살 의혹은 끊이지 않았고,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바뀐 후 사법당국은 타살로 결론을 뒤집었다. 누가 그를 살해했는지, 전 정권이 어떻게 연루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페르난데스 정권은 니스만 검사가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권의 연루 의혹도 전면 부인해 왔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니스만이 제기했던 폭탄 테러 은폐 혐의로 계속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니스만의 의문사가 재조명되며 더욱 논란을 키운 것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입장 변화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권에서 내각 책임자인 국무실장을 지낸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다큐멘터리에 삽입된 2017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도 난 그(니스만)가 자살했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2015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정부가 이란인 용의자를 아르헨티나가 아닌 이란에서 심문하도록 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와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부부 대통령 정권의 최측근 인사였지만 국무실장에서 물러난 후에는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이후 둘의 관계가 개선돼 나란히 대통령과 부통령이 된 후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니스만 사망 사건에 대한 견해도 바꿨다.
그는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축적된 증거로는 살인 사건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사법당국의 결론까지 부정하며 페르난데스 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야권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다큐를 만든 웹스터 감독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뒤 입장을 바꾸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인터뷰 당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건 전혀 몰랐다. 당시는 그는 크리스티나에 대해 꽤 비판적이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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