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베트남에서 붙잡힌 탈북민 13명이 미국 정부의 도움 덕분에 지난달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미국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사안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들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탈북민 중 여성 2명이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한 뒤 담요에 덮인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된 후 복수의 미국 외교관들이 개입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 중에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관여했던 미 외교관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 외교관들은 베트남 정부가 탈북민들을 수일 내로 강제 추방할 수 있다고 보고 신속하게 행동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워싱턴DC에서 근무하거나 아시아에 주재하는 이들 미 외교관들이 탈북민들을 중국이나 북한 당국에 넘기지 말라고 베트남 관리들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현재 탈북민 13명은 모두 안전한 상태로, 이들의 거처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평범한 탈북민에 관한 사건에 직접 개입한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며, 이런 개입이 공개된 것도 드물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탈북민 13명이 미국의 막후 도움에 대해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이런 외교적 역할은 한국 정부가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관리들이 탈북민 피신을 도운 것은 외교적 위험을 무릅쓴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런 조치가 북한을 화나게 해 이미 교착 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을 더욱 꼬이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외교부도 탈북민 석방에 역할을 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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